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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눈] 우리는 답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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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마지막 사제의 눈입니다. 올해 마지막 사제의 눈 주제는 종교입니다. 늦은 나이에 하느님을 만나 가톨릭 사제가 되겠다고 다짐한 순간부터 저는 종교인으로서 삶을 후회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예수를 따르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한없이 부족한 저의 모습에 부끄러운 적은 있어도 제가 가톨릭 사제, 종교인이라는 것이 부끄러운 적은 없습니다.

그 자부심은 제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부르심을 받은 사람 ‘성소자’라서가 아닙니다. 혹은 우리나라 국민이 종교인에게 보여주는 우리 공동체 특유의 과분한 사랑에 취해 교만해져서도 아닙니다. 물질이 제일인 세상에서 사랑, 정의, 평화 등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세상을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저의 다짐 때문입니다.

서품 후 교구사제로 살며 성당에서 신자분들과 함께 할 때도, 거리에서 미사를 하며 우리 공동체의 약자들과 연대했을 때도 그 다짐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 cpbc에 소임을 받고 이렇게 마이크와 카메라 앞에서 서있는 지금도 가톨릭 사제이며 종교인으로서 저는 작은 빛과 소금이고 싶습니다. 비록 저의 노력이 누군가에게는 못마땅하거나 한없이 부족해 보여도 저의 마음만큼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요즘 광야를 걷고 있는 심정입니다. 가톨릭 사제로서 그리고 종교인으로서 올 한 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마주하거나 혹은 들리는 종교에 관한 소식은 지금 종교에 대한 경고입니다. 다른 종교를 말하지 않아도 신호는 분명해 잘 들렸습니다. 수도회는 오래전 일이고 어떤 교구는 사제 서품식을 하지 못할 정도로 사제와 수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어느 교구는 고령화로 인해 성당에 빠르게 신자들이 없거나 줄어들자 공소를 폐쇄하기도 했습니다. 70대 구역장, 40대 청년회장이 새로운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 교회의 모습입니다. 여기에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종교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종교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빠르게 식어간다는 게 더욱 마음 아픕니다. 연일 뉴스에 나오는 신흥 종교에 대한 소식과 함께 종교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깊어 갑니다. 말로는 희생과 사랑을 하지만 행동은 이기적인 종교인의 모습을 보며, 세상 사람도 하지 못하는 종교인의 부도덕한 모습을 보며 시민들은 종교에 보내는 시선을 거두었습니다.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한다는 말. 불편하지만 사실입니다. 그럼 종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종교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을까.

어쩌면 저를 포함한 종교인들은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에 세계인들이 보낸 눈물 안에 혹은 레오 14세 교황에게 보내는 사람들의 기도 안에 답은 있습니다. 유경촌 디모테오 주교의 선종으로 명동성당에 신자들이 조문을 기다린 긴 행렬에 답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답을 아는 사제이며 종교인인 저는 문제를 풀어야 할 시간입니다.

올해 마지막 사제의 눈 제목은 <우리는 답을 알고 있습니다>입니다. 새해에는 종교가 더욱 희망과 가쁨의 상징이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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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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