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멀랠리 대주교가 3월 25일 영국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열린 승좌식에서 주교좌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다. OSV
영국 성공회의 첫 여성 캔터베리 대주교로 임명된 사라 멀랠리 대주교가 3월 25일 승좌(착좌)했다. 영국 성공회의 실질적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좌에 여성 성직자가 임명된 것은 1534년 헨리 8세 국왕이 로마 가톨릭교회와 결별을 선언하는 수장령이 선포된 후 처음이다. 앞서 영국 성공회는 1994년 여성 사제를 허용한 바 있다.
1962년생인 멀랠리 대주교는 사제가 되기 전 간호사로 일했으며 1999년에는 영국 보건부 수석 간호관(Chief Nursing Officer)을 역임하기도 했다. 공공 보건서비스에 이바지한 공로로 2005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작위(DBE)를 받기도 했다. 2002년 사제품을 받은 뒤 2018년 여성 최초로 영국 성공회 내 서열 3위인 런던 주교직에 임명됐으며 2024년 성직자 성학대 사건 대응 논란으로 퇴임한 저스틴 웰비 대주교에 이어 캔터베리 대주교직을 수행하게 됐다.
멀랠리 대주교는 승좌식에서 “돌아보건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다졌고 그리스도를 따르겠다고 다짐한 10대 시절의 저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전 세계 약 8500만 명에 이르는 성공회 신자들의 영적 지도자로서 세계 성공회의 일치와 회복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멀랠리 대주교의 승좌와 함께 가톨릭교회와 성공회 간 일치와 화해를 위한 노력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바티칸 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승좌식에 사용된 무릎틀은 1982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당시 캔터베리 대주교인 로버트 런시 대주교가 만났을 때 사용한 것이다. 이에 가톨릭교회와 성공회 간 화해와 일치를 상징하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멀랠리 대주교는 승좌 이튿날인 3월 26일에도 레오 14세 교황을 대신해 참석한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 장관 쿠르트 코흐 추기경과 공동기도회를 여는 등 그리스도인들의 일치와 화해를 향한 행보를 보였다. 영국 성공회 발표에 따르면, 멀랠리 대주교는 4월 25~28일 로마를 방문하며 이 기간 교황을 알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