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이 5일 예루살렘 주님 무덤 성당에서 사제단과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이날 미사는 이스라엘 정부의 종교 활동 제한 정책에 따라 신자들이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거행됐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교구청
전 세계가 기쁨으로 가득해야 할 주님 부활 대축일이었지만, 전쟁의 포화 속에 성지 예루살렘에서 거행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는 어느 때보다도 쓸쓸한 분위기에서 거행됐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교구장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은 고요한 주님 무덤 앞에서 ‘죽음을 이긴 생명의 승리’를 역설하며 평화를 향한 용기 있는 발걸음을 촉구했다.
바티칸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피자발라 추기경은 5일 예루살렘 주님 무덤 성당에서 총대교구청·작은형제회 성지보호구 사제단과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이스라엘·미국의 이란 폭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더욱 격화한 상태에서 거행돼 외부인 출입을 통제한 ‘문 닫힌 전례’로 거행됐다. 평소라면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만 명의 순례자로 인산인해를 이뤘을 성지지만 사제단 주변은 비어있었다.
피자발라 추기경은 미사 강론에서 “우리는 이곳 주님 무덤 성당에서 어떤 상징적 의미를 떠나 실제적인 ‘공허’를 마주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부재가 아니라 하나의 선포이며, 부활은 우리 손에 쥐려 했던 확신을 거둬가고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비어 있음’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피자발라 추기경은 “우리는 지금 전쟁과 폭력으로 점철된 비극 속에 살고 있지만, 오늘날 성지의 교회가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증언한다는 것은 이러한 점에서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며 “어둠은 곧 다가올 아침의 빛에 자리를 내줄 것이기에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복음 말씀은 곧 우리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자기만의 다락방에 숨어 개인적·집단적 두려움에 갇혀 우리 소명을 제한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고 하시는 복음에 귀 기울이자”고 당부했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가운데) 추기경이 3월 31일 예루살렘에서 성지 보호구장 프란체스코 이엘포(왼쪽) 신부와 튀니지의 일라리오 안토니아치 대주교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OSV
한편, 피자발라 추기경은 3월 31일 성지 보호구장 프란체스코 이엘포 신부와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가 이스라엘인을 공격한 팔레스타인인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을 가결한 데 대해 비난했다. 이스라엘 의회에서 통과한 법안은 테러 혐의로 군사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사형을 기본 형량으로 규정한 것으로, 판사 과반의 동의가 있을 경우 사형이 가능하며 피고인의 항소권도 인정하지 않는다.
피자발라 추기경과 이엘포 신부는 “사형제 법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증오와 불신을 더 심화시킬 뿐”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사형제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 시민사회와 종교계가 협력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