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교황은 회칙 「진리 안의 사랑」에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투자가 언제나 경제적 의미뿐만 아니라 도덕적 의미도 지닌다고 가르치셨다”고 말했다. 투자가 윤리적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투자도 결국 사람의 일이므로 윤리적이다. 그러기에 인류의 발전을 위한 ‘투자’가 아닌, 오직 단기 이익만을 추구하거나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 ‘투기’는 삼가야 한다고 교회는 가르친다. 복음에 나오는 ‘선한 청지기’가 투자의 원칙이다.
대량 살상 무기를 만드는 방산기업, 낙태·조력 자살·인간 복제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바이오 기업, 인권 침해 혹은 노동권을 악화시키거나 포르노를 제작·유통하여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기업 등에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기후위기에 맞서는 재생에너지 기업, 장애인 등 인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 양심까지 팔지 말자는 말이다.
하지만 성직자나 수도자의 투자는 다른 이야기다. 교회법에서는 교회의 허락을 받지 않은 성직자의 상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주식 보유가 기업을 소유하는 것이라면 투자만으로도 기업의 상행위에 가담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국민연금이 없고 투자를 통한 노후연금이 보편적인 미국 같은 곳에서는 엄격한 가이드라인 속에서 성직자의 투자를 허용하기도 한다.(‘미국 주교회의(USCCB) 사회적 책임 투자 지침’ 참조)
교황청도 투자한다. 오래전부터 재정을 위해 부동산 중심으로 꾸려왔지만, 코로나로 베드로 사목 기금을 비롯해 교황청 재정이 휘청거리던 때에 시작했다. 모델은 노벨상의 노벨 재단이다. 복리 효과를 누리며 원금에서 나오는 수익만으로 상금을 지급하는 노벨 재단처럼, 교황청 재정 독립이 목표다. 초기 교황청 사제들이 기금투자를 운영했다가 손실을 입은 후 지금은 교황청 은행이 주관하고 금융 전문가 평신도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투자를 감시한다. 어디에 투자했는지는 비공개다. 수익률이 꽤 높다는 이야기만 들린다.
교황청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신자들에게 투자해야 할 종목도 알려준다. 최근 교황청 은행은 ‘모닝스타’와 함께 가톨릭 주가지수(Morningstar IOR Index)를 발표했다. 종목 선정 기준은 사회 교리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과 같은 기술주나 재생에너지 기업과 같은 우량주가 뽑혔다. 기업 선정 내용도 공개하여 과거 교황청 기금 운용에 대한 불투명성을 해소했다. 투자 자금이 세상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곳에 쓰이도록 유도하는 ‘사회적 책임 투자(SRI)’의 성격이 있다. 하느님의 돈을 세상의 공동선을 위해 사용하면서도, 은퇴 후를 위한 경제적 안정을 합리적으로 추구할 수 있음을 증명하려고 한다.
이참에 증권회사는 열심한 신자들을 위해 가톨릭 사회 교리를 따르는 종목으로 구성한 ETF(상장지수펀드)를 만들었다.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에서 가톨릭 윤리에 반하는 기업을 제외한 기업들만을 모은 ETF를 출시했다. 종목 약자(티커)는 ‘CATH’다. 수익률도 좋다. 상장 이후 250가 넘는 수익률을 보인다. 여기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기준을 결합하여 더 엄격하게 종목을 선정한 ‘KOCG’도 있다. 착한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
“신부님, 삼전(삼성전자) 있으세요?” 요즘 성당에 모이면 ‘투자’ 이야기가 꽃을 피운다. 청빈을 서약한 수도자나 사제에게도 투자를 물어보는 시대. 투자가 죄는 아니다. 다만 ‘성장’이 아닌 ‘돈’에 환장해버린 ‘투기’의 괴물이 되지는 말자. 성투(聖投) 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