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의 자랑은 힘이고 노인의 영광은 백발이다.”(잠언 20,29) 성경은 노인을 "인생의 황혼기를 걷는 약자"로만 보지 않고, "공동체의 뿌리이자 하느님의 살아있는 증인"으로 존중합니다. 백발을 면류관(잠언 16,31)으로 여기며, 노인의 경험과 신앙이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어야 할 소중한 자산임을 일깨워 줍니다. 그래서 노인을 공경하는 일이 하느님을 경외하는 일이라고 성경은 전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노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보은(報恩)과 감사 중의 하나가 ‘대중교통 노인 무임승차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지금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출퇴근 시간대 노인 무임승차 제한 검토’를 지시했습니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중교통 혼잡도를 줄여보겠다는 취지입니다. 이 대통령은 출퇴근하는 노인들과 구분해 “놀러 가거나 마실 가는 분들을 제한하는 방안”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노인단체를 중심으로 노인들은 반발했습니다. 주로 저임금 노동을 하거나 손주 돌봄을 하는 노인들이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며, 늙었다고 놀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세금 잘 내고 있다고 노인들은 말합니다. 또한 ‘출퇴근하는 노인’과 ‘놀러 가는 노인’으로 구분 지어 제한 한다고 하는데, 그럼 ‘놀러 가는 청년’은 출퇴근 시간대에 지하철을 이용해도 되느냐고도 했습니다. 사실상 ‘연령 차별’이라는 겁니다.
서울 지하철 출퇴근 시간대 이용객 중 65세 무임승차는 8 정도입니다. 노인들이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하철 혼잡도가 줄어들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노인이 가만히 집에 있는 것보다 외출도 하고 외부 활동도 함으로써 우울증 및 자살률이 감소하는 등 사회적으로 더 이롭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데 돈을 주어서라도 노인의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여기에 노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변화되었습니다. 제도가 도입된 1982년의 평균 수명은 65세였습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은 크게 늘어 지금은 83세입니다. 또한 노인으로 인식하는 나이 기준도 달라져 노인 스스로도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을 71세로 봤습니다. 몸도 마음도 달라졌는데 우리 사회의 노인에 대한 법적 정의는 1982년에 멈추어져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시철도의 재정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 6개 도시철도 무임 수송 손실액만 7000억 원을 넘었습니다. 과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비용이 미래세대에 전가되고 있다”며 노인 무상 이용 제도를 폐지하자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임승차 제한 논의를 지하철 요금을 누가 낼 것인지 같은 비용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위험합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습니다. 초고령화를 지내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을 어떻게 공경’할 것인지 ‘지속 가능한 복지’는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복지 비용과 함께 ‘인간 존엄성’과 ‘노인 공경’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 무임승차 노인은 죄가 없다 >입니다. 삶의 지혜가 가득한 노인과 미래세대가 어우러지는 우리 공동체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