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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눈] 반토막 난 성소자, 늙어가는 사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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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4주일을 맞이하는 교회는 성소 주일을 보냅니다. 성소 주일은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우리 각자를 향한 하느님의 따뜻한 초대가 무엇인지 가만히 귀 기울여 보는 날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일들 이면에 숨겨진, 나만의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삶의 길을 발견하는 기쁨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소 주일을 보내는 우리 교회는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최근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발표한 교세 통계 자료에 따르면 신학교 입학생 수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학교 입학생이 사라져가고 젊은 사제가 줄어든다는 말은 사제단의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신자 고령화와 함께 사제들까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교회 전체의 고령화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즉 교회가 점점 늙어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무엇보다 사랑, 자비나 희생 등 우리 공동체의 중요한 가치들이 뒤로 밀리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남을 위해 양보하고 희생하는 일은 어리석은 것으로 취급받습니다. 주식 열풍과 부동산 영끌처럼 오직 눈앞의 이익과 성공만이 정답이라고 외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무한 경쟁 속에서 나눔, 배려, 헌신처럼 우리 세상을 따뜻하게 지탱해 주던 진짜 중요한 가치들을 꿈꾸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사랑을 말하는 이들이 필요합니다. 사는 게 각박하고 힘들수록 누군가는 곁에서 묵묵히 어깨를 내어주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야 합니다. 아무리 앞이 막막해도 절망 대신 희망을 이야기해 주는 사람, 그리고 헷갈리는 세상 속에서 바른길을 알려줄 따뜻하고 든든한 어른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요즘입니다.

레오 14세 교황은 올해 성소 주일 담화를 통해 "부르심은 억지로 짊어져야 하는 무거운 짐이나 규칙이 아니라, 사랑과 행복을 찾아 떠나는 가슴 뛰는 모험입니다."이라고 하셨습니다. 교황은 바깥세상의 시끄러운 소리를 잠시 끄고 내 마음속의 조용한 방으로 들어가 보라고 권합니다. 그 고요함 속에서 나를 가장 잘 아시는 하느님과 솔직하게 대화할 때, 내가 진짜 가야 할 길을 기쁘게 찾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많은 이들이 성소에 대한 열망을 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열망은 꼭 성직자나 수도자가 되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평범한 직장, 내가 속한 가정, 그리고 친구들과 만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할 수 있습니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 역시 참으로 위대하고 아름다운 부르심입니다. 요셉의원의 선우경식 선생을 비롯하여, 캄캄한 세상에서 묵묵히 작은 사랑을 실천한 모든 이들이 성소자입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삶터에서 이런 따뜻한 초대에 기꺼이 용기 내어 응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 반토막 난 성소자, 늙어가는 사제들 >입니다. 젊은이들을 비롯해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 지기를 꿈꾸는 모든 이들이 주님의 따뜻한 부르심에 응답하기를 기도하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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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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