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장이자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 주교가 4월 27일 경기도 용인 천주교 공원묘원 내 낙태아의 묘 ‘라헬의 땅’을 찾아 아기의 이름이 적힌 십자가를 봉헌하고 있다.
“그 아이는 당신의 인생에서 ‘지워야 할 얼룩’이 아니라, 하늘나라에서 당신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주는 ‘나만의 작은 전구자’가 되었습니다.”(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
정부가 낙태 합법화를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가운데, 가톨릭 신자들이 낙태로 세상을 떠난 태아들을 추모했다. 가톨릭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장이자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 주교와 신자 70여 명은 4월 27일 경기도 용인 천주교 공원묘원 내 낙태아의 묘 ‘라헬의 땅’을 찾아 순례했다.
라헬의 땅은 서울대교구가 1994년 자녀를 잃고 통곡하는 성경 속 여인 ‘라헬’(예레 31,15)의 이름에서 따 조성한 공간이다. 실제 낙태아의 유해가 안치된 곳은 아니지만, 잃어버린 생명을 기억하는 상징적 장소로 자리 잡았다.
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이날 ‘구요비 주교와 함께하는 생명 피정-라헬의 땅 순례’를 마련하고, 낙태로 상처 입은 여성과 그 자녀를 위해 기도했다. 이날은 교구 생명위원회를 설립한 정진석 추기경의 기일이기도 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4월 27일 ‘구요비 주교와 함께하는 생명 피정-라헬의 땅 순례’를 마련해, 낙태로 상처 입은 여성과 그 자녀를 위해 기도했다.
경기도 용인 천주교 공원묘원 내 낙태아의 묘 ‘라헬의 땅’
피정 참가자들은 이름조차 갖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태아들을 기억하며 ‘영적 입양’과 ‘화해’의 시간을 가졌다. 한 인격체로 마땅히 가졌어야 할 저마다의 이름을 붙여주면서 미안한 마음과 사랑을 전한 것이다. 아기의 이름들이 적힌 십자가를 묘역에 꽂으면서 낙태의 고통과 슬픔을 하느님께 맡겼다. 또 의학 발전과 의과대학 교육을 위해 시신을 기증한 이들과 유가족을 기리는 ‘참사랑묘역’도 찾아 생명을 내어준 이들의 희생도 함께 되새겼다.
구요비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인간의 영혼은 하느님께서 머무르시는 장소”라며 “하느님 모습과 가장 닮은 인간은 세상을 가꾸고 돌볼 의무가 있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인류의 죄를 씻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은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을 준다”며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바라보며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는 주님의 일꾼으로 거듭나자”고 격려했다
임윤숙(클라라, 서울 수서동본당)씨는 “어렵게 아이를 갖게 된 아들 가족을 보면서 낙태아들을 기억하는 시간이 더욱 깊이 다가왔다”며 “태어날 생명을 위해서라도 더 책임 있게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숙희(데레사, 수원 평촌본당)씨는 “매년 이 피정에 참여하지만, 죄의식보다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고 위로받는 시간으로 느껴진다”며 “생명 관련 봉사자로서 이 경험을 다른 이들에게 위로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