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곽진상 주교는 제16회 생명 주일(5월 3일)을 맞아 “국가의 법률은 국민의 생명, 특히 자신을 방어할 힘이 없는 약한 이들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회에서 태아와 말기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법안들이 다수 발의된 데 대한 우려를 전한 것이다.
곽 주교는 ‘한국 사회의 입법 동향과 인간 생명’이란 주제 담화에서 “무고한 사람의 생명권이 불가침의 성격을 지닌다는 것은, 이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가 언제나 도덕적 악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곽 주교는 6년 넘게 이어지는 낙태죄 공백 사태 속에 “낙태의 자유화를 더욱 확고히 하려는 법률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생명권과 국가의 태아 생명 보호 의무를 결코 부정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 어떤 상황도 목적도 법률도 내재적으로 부당한 행위를 정당하게 만들 수 없다(?생명의 복음?, 62항)”며 “그런데도 이 법률안은 태아를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포기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곽 주교는 말기 환자에 대한 조력 자살 합법화 시도에 대해서도 “현대 의학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말기 환자의 조력 자살을 합법화하려는 법률안은 자살 행위를 미화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여 돕게 함으로써 생명의 가치를 부정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곽 주교는 이어 “한쪽에서는 자기결정권이라는 이름으로 낙태와 조력 자살과 같이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를 ‘권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태아의 생명을 침해할 권리는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의 생명을 임의로 처분할 권리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임신부가 건강하게 아이를 낳아 잘 기를 수 있도록 사회와 공동체의 지원을 받을 권리, 말기 환자가 마지막까지 평온하게 지낼 수 있도록 적절한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곽 주교는 신자들에게 “불의한 행위를 합법화하려는 법안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며 “정의롭지 않은 법은 법이 아니며, 바른 이성을 따르지 않는 법은 법의 타락이며 폭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법은 양심에 아무런 구속력을 가지지 못하며, 오히려 양심적 거부를 통하여 이 법에 반대해야 할 중대하고 명백한 의무가 생긴다”고 거듭 당부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