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 이스라엘 군인이 레바논 남부에 있는 예수상을 파괴하는 모습이 포착돼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했다. OSV
이스라엘군, 유포 이틀 만 성명 발표
깊은 유감 표명·해당 병사 구금 조치
가톨릭교회가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이 4월 19일 망치로 예수상을 내려친 사건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은 이튿날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며 “이 사건은 신성함은 물론 타인의 존엄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존중조차 심각하게 결여돼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즉각적이고 단호한 징계 조치와 신뢰할 수 있는 책임 규명 절차,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4월 21일 성명을 내고 “논란의 병사들을 임무에서 배제하고 구금형에 처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유포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조치다. 해당 사진이 SNS를 통해 확산하자 이스라엘군은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으로 조작한 사진이 아니냐’는 여론이 일기도 했지만, 조사 결과 실제 있었던 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병사와 이를 촬영한 병사가 30일간 이스라엘군 교도소에 구금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충격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형사 조사와 예수상을 훼손한 병사에 대한 적절하고 엄중한 징계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예수상을 훼손한 병사들의 행위는 군의 명령과는 무관하다”며 역시 “이번 사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군은 사건 보고를 받은 즉시 해당 지역의 예수상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레바논 남부에 배치된 모든 병력을 대상으로 종교 시설과 그 상징물에 대한 행동 수칙을 재교육하겠다”고 약속했다.
레바논 주재 교황 대사인 파올로 보르지아 대주교가 데벨 마을에 복구된 십자고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OSV
사건이 일어난 데벨 마을은 주민의 95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곳이다. 이 지역을 포함한 레바논 남부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를 믿는 이들이 살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주둔하면서 100만 명 이상이 집을 떠났지만, 여전히 15만 명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쉽사리 대피하지 못하고 있다.
가톨릭 구호단체들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무력충돌이 벌어지는 동안 이들에게 구호물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바티칸 인도주의 구호 차량 행렬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군의 교전에 휘말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 보건부는 분쟁으로 최소 2294명이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피자발라 추기경은 “하루라도 빨리 전쟁이 종식되고, 모든 인간의 생명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평화가 실현되기를 요청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