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정원석·그레고리안대 베난티 신부 등 본상 수상
전 세계 생명 수호활동과 연구를 격려해 온 ‘생명의 신비상’이 제정 20주년을 맞았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3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제16회 생명 주일’ 미사를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봉헌하고, 제20회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 수상의 주인공은 생명과학분야 본상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부 정원석 교수, 인문사회과학분야 본상에 교황청립 그레고리안 대학교 윤리신학 교수 파올로 베난티 신부, 같은 분야 장려상 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김수정 교수, 활동분야 장려상 인도 HRDF(Human Resource Development Foundation)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뇌 과학과 인공지능(AI) 시대의 윤리, 돌봄과 인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 생명 존엄을 지켜온 젊은 인재들이 적극적으로 선발됐다.
생명과학분야 본상을 받은 정원석 교수는 기존 신경세포 중심 뇌 연구의 패러다임을 확장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구체적으로 학습·기억·행동과 뇌 항상성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신경교세포의 기능을 규명했다. 별아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가 불필요한 ‘신경세포 간 연결 부위’(시냅스)를 제거하고 신경 회로를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 같은 신경교세포의 시냅스 제거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간질·뇌졸중·노화·우울증·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다양한 뇌 질환 발병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 교세포를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 질환의 이해를 돕는 혁신적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인문사회과학 분야 본상 베난티 신부는 AI와 첨단기술 시대, 인간 존엄의 윤리적 기준을 제시해 온 윤리신학자이자 AI 윤리 전문가다. 그는 기술 발전이 인간의 판단과 책임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AI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사람의 검증과 판단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개념을 강조해왔다. 아울러 2020년 2월 교황청 생명학술원이 르네상스 재단과 함께한 「AI 윤리에 관한 로마의 호소(Rome Call for AI Ethics)」 작성에 참여해, 기술 개발의 초기 단계부터 인간 존엄과 공동선을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국제 사회에 제시·확산시켰다.
장려상 김수정 교수는 인간 존엄의 실천적 의미를 돌봄과 생명윤리 관점에서 제시해왔다. 현대 의료가 기능과 효율 중심으로 흐르는 문제를 비판하며, 인간 중심의 돌봄과 관계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돌봄을 단순한 의료 서비스가 아닌 환자와 의료인, 가족 사이의 책임과 연대의 의미로 확장해 연구를 수행해왔다. 이러한 김 교수의 연구는 자칫 추상적인 논의에 머무를 수 있는 생명윤리를 실제 삶과 의료 현장에서 구현하는 실천윤리로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활동분야 장려상 인도 HRDF는 1993년 설립돼 여성과 아동·노동자 등 가장 취약한 이들을 중심으로 인권 증진과 자립을 위한 활동을 이어 왔다. 아동 교육, 재난 구호, 식수 지원, 토지권 회복, 유기농업, 소액금융 지원을 통해 생명의 존엄을 지켜온 것이다. 특히 50개 마을에 식수시설을 설치해 7만 5000명 이상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했고, 토지권 회복 노력과 여성 유기농 협동조합 조직은 달리트 공동체의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모든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평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를 척박한 현실에서도 온몸으로 구현해낸 사례로 꼽힌다.
시상식은 6월 9일 오후 4시 가톨릭대 성의교정 옴니버스 파크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명의의 상패와 상금(본상 1억 원, 장려상 3000만 원)이 수여된다. 이들은 시상식 전후로 cpbc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을 통해서도 생명 수호의 메시지를 전한다.
서울 생명위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는 “인간 생명에 대한 경시가 갈수록 심화하는 오늘날, 묵묵히 생명의 길을 밝혀온 이 상을 통해 우리가 사회가 다시 한 번 생명의 신비에 경탄하고 그 가치를 수호하는 데 마음을 모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