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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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 놀러 가려고 세차해뒀는데"…끝내 떠나지 못한 딸의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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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24년 23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경기 화성시 아리셀 화재 참사.

그런데 최근 2심 판결에서 아리셀 대표의 형량이 크게 줄며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이정민 기자가 유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24년 전 한국에 온 중국 국적의 이순희 씨. 

이 씨는 아리셀 화재 참사로 하루아침에 소중한 딸을 잃었습니다.

당시 딸 엄정정 씨의 나이는 스물다섯이었습니다.

<이순희 / 고 엄정정 어머니>
"머리 있는데 이빨 있고 다 타서 그냥 새까맣고. 그다음부터는 생각이 안 나고 이렇게 깨어나니까 (제가) 병원에 있더라고요."

중국에서 사범대를 졸업했지만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한국으로 왔던 엄 씨.

참사 전 날 엄 씨가 손세차를 하고 돌아온 모습이 어머니 이 씨가 기억하는 딸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이순희 / 고 엄정정 어머니>
"화요일 날에는 또 자기네 약속이 있었나 봐요. (사고 전날인) 일요일 날 가서 차를 깨끗이 씻어놓고 손세차를 해가지고 깨끗이 씻어놨더라고요."

화재는 작업장과 배터리 적재 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했습니다.

참사 이틀 전에도 배터리 폭발 사고가 있었지만, 별다른 후속 조치는 없었습니다.

군납 제품 납기를 맞추기 위해 제조공정을 무리하게 가동한 정황도 드러나면서 법원은 1심에서 박순관 대표에게 15년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에서는 징역 4년으로 크게 감형됐는데, 유족 합의가 감형의 핵심 근거였습니다.

유족 측 변호인단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합의 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신하나 변호사/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장>
“(사측 노무사가) 유족들한테 개별적으로 연락해서 계속 합의하자. 저는 이거 유족들이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이렇게까지 연락한 건 스토킹처벌법 위반이라고 봐요.”

2심 재판에서 판단 근거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신하나 변호사/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장>
"공동 합의가 피해자의 피해를 충분히 회복시켰나 심리를 해야겠죠 (형량을) 이 정도로 많이 깎아줄 거면. 그런데 재판부는 정작 그 심리는 거부했습니다.“

2심 재판에서 문제가 없다고 본 비상구 역시 논란이 됐습니다. 

평소 정직원 카드키가 필요한 보안문 형태여서 파견직 노동자들이 비상구로 인식하거나 즉시 이용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입니다.

<신하나 변호사/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장>
"여기 돌아가신 분들 비상구 위치만 알았어도 다 살았어요. 여러분 그 비상구가 문이 잠겨 있거든요. 그럼 여러분 불 났을 때 그쪽으로 가실 거예요? 그게 비상 통로가 유지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까?"

검찰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습니다.

유족들의 바람은 단순합니다.

<이순희 / 고 엄정정 어머니>
"우리는 처음부터 있잖아요. 누구도 돈을 달라고 얘기한 적이 없어요. 재발 방지도 하고, 사람이 23명을 죽였는데 4년이라는 게 너무하잖아요."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중대재해 근절을 강조하며 '산재와의 전쟁'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2심 결과를 두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가 훼손됐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산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 발생한 산재에 대한 합당한 책임과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CPBC 이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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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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