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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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꿈CUM] CUM 가정 _ 오늘 당신의 자녀와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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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저는 그동안 불안정했던 프리랜서의 생활, 1인 사업자로 아등바등 애쓰던 시간을 그만 접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진작에 정리가 필요하긴 했으나 막상 내 위치와 자리가 사라지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서운하고 미련이 남았지요. 오랫동안 쓰고 살아온 사회적 가면이 제 얼굴 피부에까지 달라붙어서 벗겨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나이 50이 넘도록 들어왔던 저의 호칭은 ‘작가님, 선생님, 소장님, 대표님, 강사님’ 늘 그렇게 불리고 들었는데 이제는 이름 석 자만 고스란히 남아 휑해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동안 나만 너무 애쓰고 산 것 같은 괜한 억울함, 나의 쓰임새와 가치가 없어졌다는 불안감.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올라와 동네에서 소소한 일거리라도 해야겠다 싶어 찾은 곳이 학원이었습니다.
유치원을 마치고 오는 아이들, 이제 초등학교 1, 2학년이 되는 아이들. 그런 유·아동의 학원 등·하원을 돕고, 틈틈이 강사들을 지원하며 하루 3시간 30분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됐지요.
그러면서 새삼 마주한 현실에서, 뜻밖의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평일 오후 2시 30분. 이 시각부터 학원가 앞이 얼마나 북새통이고 전쟁통인지. 노란색 차량이 끊임없이 돌고 돌며 아이들을 토해내듯 내려주고, 마중 나온 부모나 학원 안전 지도 선생님들은 또 얼마나 많고 바쁜지. 학교와 학원가 앞이 그 자체로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진 세상 같았지요. 덕분에 저도 처지고 가라앉아 있을 새가 없었습니다.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하원하자마자 제 손에 이끌려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아이들. 바쁜 엄마 대신 마중을 나왔으니 저는 더 힘주어 그 아이들을 맞이하고 환대했습니다. 

“우와, 우리 00이 오늘도 유치원 재미있었어? 머리핀도 엄청 예쁜 걸 했네?” “네, 근데 오늘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수요일이에요. 아, 정말 싫다. 으아!”
“아이고, 저런! 왜 오늘이 싫어?”
“오늘은 영어 하는 날이에요. 학원 끝나고 집에 가면 선생님이 와요. 앗! 숙제도 해야 하는데.”

이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는 유치원 일과가 끝나면 학원에서 한글과 연산, 한자 등등의 수업을 하고 집에 가면 또 영어 수업을 해야 일곱 살의 일과가 끝이 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 적어도 학원에서 보는 아이들의스케줄은 다 이와 비슷합니다. 미술이나 영어, 피아노나 바이올린, 수영, 태권도, 축구 등 뭐라도 하는 아이들. 본인이 원해서 시작했어도 한번 시작하면 쭉 해야 하고, 수시로 빠질 수가 없으니 ‘자유’와는 거리가 멀지요.

그렇게 저보다 더 바쁘게 사는 예닐곱 살의 아이들을 보면서 허탈한 웃음과 함께 생각했습니다.

‘야, 우리나라 일곱 살 아이들. 참 애쓴다. 나만 바쁘고 힘들게 산 게 아니네?’

초등은 초등대로, 중학생은 중학생대로, 고등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는 그냥 삶의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르며 모두가 애쓰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뿐. 끝이 아니라 달라진 삶의 계단 위에서 또 새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지요. 아이들도 그리고 나의 시간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저 역시도.

삶의 계단 어디쯤에 있든 당신의 자녀와 오늘도 서로의 수고로움을 헤아려주며 격려하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글 _ 최진희 (안나, 서울대교구 문래동본당)
국문학을 전공하고 방송 구성작가로 10여 년을 일했다. 어느 날 엄마가 되었고 아이와 함께 가는 길을 찾아 나서다 책놀이 선생님, 독서지도 선생님이 되었다. 동화구연을 배웠고, 2011년 색동회 대한민국 어머니동화구연대회에서 대상(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하루 10분 그림책 질문의 기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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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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