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삼전(삼성전자)이나 하이닉스 있으세요?” 요즘 성당에 신자분들이 모이면 많이 하시는 이야기. 바로 ‘투자’입니다. 반도체, 단타, ETF 등 종교와 어울려 보이지 않는 말들이 성당에서 들립니다. 아무리 세상 속에 있는 교회라 하더라도, 누구는 성당에서조차 투자를 말하는게 조금은 불편합니다. 청빈을 서약한 수도자나 사제에게도 투자를 물어보는 시대. 그럼 가톨릭 교회는 투자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투자가 죄는 아닙니다. 다만 원칙이 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회칙 ‘진리안의 사랑’에서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투자가 언제나 경제적 의미뿐만 아니라 도덕적 의미도 지닌다고 가르쳤다.”고 하셨습니다. 투자는 단순히 경제적 일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지만, 투자도 결국 사람의 일이므로 윤리적입니다.
인류의 발전을 위한 ‘투자’가 아닌, 오직 돈을 벌자는 마음에 빠져있는 ‘투기’는 멀리해야 한다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루카 복음에 나오는 ‘충실한 종’의 태도가 투자의 원칙입니다. 나만을 위한 투자가 아닌 세상을 이롭게 하는 투자를 하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피해야 하는 투자가 있습니다. 전쟁에 사용하는 무기를 만드는 방산기업, 낙태·조력 자살·인간 복제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바이오 기업에는 투자하지 말아야 합니다. 인권 침해 혹은 노동권을 악화시키거나 포르노를 만드는 기업 등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기업에도 투자 하지 말아야 합니다.
대신 기후 위기에 맞서는 재생에너지 기업, 장애인 등 인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 양심까지 팔지 말자는 말입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말하는 ESG 개선에 노력하는 기업에 투자하길 권합니다. 착한 기업이 좋은 기업입니다.
교황청도 투자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베드로 사목 기금을 비롯하여 교황청 재정이 휘청거리던 때에 시작했습니다. 모델은 노벨상의 노벨 재단입니다. 복리 효과를 통하여 원금에서 나오는 수익만으로 상금을 지급하는 노벨 재단처럼, 교황청 재정 독립이 목표입니다. 처음에는 교황청 사제들이 기금투자를 운영했다가 손실을 봤습니다. 지금은 바티칸 은행이 투자를 주관하고 금융 전문가 평신도들로 구성된 투자위원회가 감시합니다. 어디에 투자했는지는 비공개입니다. 수익률이 꽤 높다는 이야기만 들립니다.
교황청은 더 나아가 주가지수도 만들었습니다. 최근 바티칸 은행은 금융서비스 기업 ‘모닝스타’와 함께 ‘가톨릭 주가지수(Morningstar IOR Index)’를 발표했습니다. 종목 선정 기준은 사회교리입니다.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기술주나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재생에너지 기업 등 우량주를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투자 자금이 세상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곳에 쓰이도록 유도하려고 합니다. 재물을 세상의 공동선을 위해 사용하면서도, 은퇴 후에 경제적 안정을 합리적으로 추구할 수 있음을 증명하려고 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 가톨릭 신자도 주식 투자 해도 되나요? >입니다, ‘돈’에 환장해버린 ‘투기’의 괴물이 아닌 세상을 이롭게 하는 성투(聖投) 하시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