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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발현, 기적 현상보다 메시지에 집중해야

[5월 성모 성월] 성모 발현과 사적 계시,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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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파티마 성모 발현 101주년 기념 미사에서 성모상이 입장하고 있다.가톨릭평화신문 DB


루르드와 파티마, 메주고리예 등 세계 곳곳의 성모 발현지에는 수많은 순례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성모 성월이면 더 많은 이가 순례를 통해 신심을 북돋는다. 그러나 최근 유튜브와 SNS를 통해 새로운 발현 주장과 가짜 예언 메시지들이 빠르게 퍼지면서 신자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성모 발현과 계시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알아봤다.

가톨릭교회는 ‘공적 계시’와 ‘사적 계시’를 엄격히 구분한다. 공적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된 하느님의 자기 계시를 의미한다. 「계시헌장」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광스럽게 나타나시기 전에는 어떠한 새로운 공적 계시도 바라지 말아야 한다”(4항)고 가르친다. 신앙의 중심은 오직 그리스도에게 있다는 뜻이다.

반면 사적 계시는 특정 개인에게 주어지는 환시나 예언, 발현 등 특별한 종교 체험을 말한다. 교회는 사적 계시가 새로운 교리를 추가하거나 공적 계시를 보완한다고 보지 않는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사적 계시에 대해 “계시에 따른 삶을 더욱 충만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67항)고 명시한다.



사적 계시 절대화해선 안돼

문제는 일부 신심 운동이나 단체들이 사적 계시를 지나치게 절대화하는 데 있다. 특정 메시지를 마치 새로운 계시처럼 받아들이거나, 교회의 공식 가르침보다 앞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발현 체험을 중심으로 폐쇄적 공동체가 형성되거나 종말론적 불안을 자극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사적 계시는 어디까지나 신앙을 돕는 역할이어야 하며, 신자들을 공적 계시인 그리스도께로 이끌 때에만 의미를 가진다.

교회는 사적 계시를 무조건 배척하지는 않는다. 바오로 사도의 권고처럼 “모든 것을 분별하여 좋은 것은 간직”(1테살 5,21)하려는 태도를 유지한다. 동시에 철저한 식별을 요구한다. 1978년 이후 46년 만에 전면 개정돼 2024년 교황청 신앙교리부가 발표한 「초자연적 현상의 식별 절차에 관한 규범」에서는 ‘초자연적이다’ 또는 ‘아니다’라는 단순한 결론 대신, 여섯 단계의 판정 체계를 도입했다.

가장 긍정적인 판정은 ‘장애 없음’(Nihil obstat)이다. 그러나 이조차도 발현의 초자연성을 공식 선언하는 것은 아니며, 신자들이 그 현상을 신중히 받아들이고 영적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발현의 진위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메시지의 내용과 영적 열매다.

교회가 승인한 발현이라 하더라도 신앙 교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사적 계시에 대한 교회의 승인은 ‘신앙과 도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뜻일 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교회가 인정하지 않는 것은 따르지 말아야

반면 교회가 부정적으로 판단한 현상에 대해서는 따르지 않을 책임이 있다. 교회는 성모 마리아가 교회의 권위와 가르침을 거슬러 활동하실 수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환시와 계시를 지나치게 추구하는 태도가 오히려 신앙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앙교리부가 방향 전환에 나선 데에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과거에는 공식 판정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 사이 발현 관련 메시지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일부 지역에서는 교회의 공식 판단 이전에 이미 거대한 신심 운동이 형성되기도 했다.

메주고리예는 1981년부터 이어진 발현 주장으로 세계적 순례지가 됐지만, 교회는 오랫동안 최종 판단을 유보해왔다. 새 규범 적용 이후 풍요로운 영적 열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공경을 승인하면서도 초자연적인 성격에 대한 선언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표명했다.

교회 역사 안에서 승인된 주요 성모 발현들의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묵주 기도와 회개, 고해성사와 성체성사, 이웃사랑과 보속 등 이미 복음 안에 담긴 내용을 다시 살아가라는 요청이다.

조한규(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신부는 “신앙보다 환시와 기적, 예언 등의 현상에 치중할 때 그릇된 신앙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며 “무엇보다 교회가 공식 인정하지 않는 사적 계시들은 따르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성모 발현은 복음으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 표지”라며 “신자들은 발현 자체에 집착하기보다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 곧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적 삶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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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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