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 낙태약 처방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주교회의가 보건 당국의 낙태약 ‘미페프리스톤’ 안전성 재검토가 지연되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주교회의 생명운동위원회 위원장 대니얼 토머스 주교는 4일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과 마티 마카리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페프리스톤 안전성 재검토가 의도적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에 우려를 느낀다”며 “과학적 엄밀성과 정확성이 결여되지 않는 범위에서 FDA가 가능한 한 신속히 안전성 검토를 완료하고 최소한의 위험평가 및 안전성 프로그램(REMS)을 복원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법적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해당 약물의 승인 자체도 재검토하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미 FDA는 지난해 9월 미페프리스톤 사용 후 이상사례가 높게 보고되고 있는 데 따라, 안전성 재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FDA는 2000년 미국 내 미페프리스톤 사용을 승인했다. 이후 FDA는 2023년 비대면 원격진료로도 처방받아 우편으로 수령하도록 완화하고, 임신 10주 이내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미국 내에서만 승인 이후 약 500만 명이 이 약물을 사용했으며, 미국 내 낙태 시술의 60가 약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연방항소법원은 1일 “낙태를 금지하는 주(州) 법에 어긋날 뿐더러 약물이 일으키는 부작용 위험을 무시했다”며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대면 진료만 허용토록 하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4일 연방대법원이 이 명령의 효력을 일주일 정지시키면서 논란이 더욱 점화된 가운데, FDA의 약물 안전성 재검토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에 미국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생명단체들은 보건 당국에 낙태약 안전성 재검토를 빠른 시일 내에 완료하라고 거듭 촉구하고 있다.
토머스 주교는 “대면 진료는 임신 주수를 정확히 판단해 자궁 외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학대와 인신매매 가능성을 가려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며 “이는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이어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 여성들이 원격 진료를 기반으로 한 화학적 낙태의 위험에 더는 놓여선 안 된다”며 “여성과 가족들이 새 생명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미국 내 생명단체들도 4일 성명을 내고 “임신 9개월 이전 태아에 대한 보호법이 시행되는 주들에서조차 매년 9만 건 이상의 낙태가 이뤄지고 있다. 기본적인 대면 진료와 감독 없이 남성 구매자들이 악용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이는 현 정부가 우편 주문 낙태약 정책을 계속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FDA 국장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내에서도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생명단체들이 먹는 낙태약 도입을 시도하는 제약회사를 상대로 반대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