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동성 커플 축복 공식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이를 추진하는 독일 교회의 사목적 움직임이 수정돼야 함을 알렸다.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4일 독일 주교회의에 2024년 11월 전달했던 서한을 공개하고, 동성 커플과 비정통적 관계의 커플을 위한 축복 공식화에 우려를 표명했다.
신앙교리부는 서한에서 “독일 교회가 제안한 축복은 교리에 부합하지 않는 결합을 교회가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동성 커플과 비정통적 관계의 커플을 위한 축복의 공식화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해당 서한은 신앙교리부 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이 서명했다. 교황청은 이를 다시 상기하며 동성 커플 축복을 전례 안에 포함하려는 독일 교회에 다시금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앞서 뮌헨-프라이징대교구장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은 지난해 발간한 문서 「축복은 사랑에 힘을 준다」(Blessing Gives Strength to Love)를 교구 사목지침으로 삼을 것을 지시하며, 교구 내 동성 커플 축복을 사실상 허용했다. 독일 주교회의 의장 게오르크 베칭 주교도 “보편 교회 내에 이견이 존재하더라도 동성 커플 축복 예식 역시 우리 제도에 속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독일 교회는 정례화 단계까지 나아가진 않았지만, 이미 사제들의 동성 커플 축복을 위한 실무 지침서인 「vademecum」(바데메쿰)을 마련했으며, 독일 내 상당수의 교구가 이를 채택해 시행하고 있다.
한편 신앙교리부는 2023년 12월 선언문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을 통해 “동성애 관계에 있는 이들이 축복을 청할 경우 사제가 축복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는 혼인성사나 동성 결합 자체를 승인하는 의미는 아니며, 전례 예식의 공식 축복과는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누구도 배척하지 않는 하느님 사랑을 전달하는 의미로 개인을 축복할 순 있지만, 동성애 행위 자체를 축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신앙교리부는 이번 서한에서도 “독일 교회의 지침서가 결혼하지 않은 커플에 대한 공식 축복을 언급하고 있다”며 “이는 「간청하는 믿음」의 취지와도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레오 14세 교황 역시 4월 23일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동성 커플에 대한 공식 축복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독일 교회에도 이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