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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선조·청년·생명… 청주 ‘사랑의 목자’ 대구로 향하다

김종강 대주교가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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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강 주교가 2022년 5월 2일 청주교구장에 착좌 후 강복하고 있다.


청주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가 26일 대구대교구 부교구장 대주교로 임명됐다. 부교구장은 교구장좌가 공석이 될 경우 자동으로 교구장 자리를 이어받는 계승권을 지닌다. 현직 교구장 주교가 관구 부교구장 대주교로 임명되는 일은 한국 교회에선 처음이다.

2022년 5월 제4대 청주교구장으로 착좌한 지 4년, 신앙의 기억을 다시 불러내고, 청년과 생명 사목의 길을 모색해온 그는 이제 대구대교구의 미래를 준비하는 자리로 옮겨 갔다. 새로운 순명의 길 앞에 선 김종강 대주교의 삶과 신앙을 돌아본다.


최양업 신부 영성과 삶 내면화 강조 

김 대주교는 사제와 주교라는 자리를 앞세우기보다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지나온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 뜻을 찾는 목자였다. 청주교구장으로 착좌한 뒤 그의 사목 행보도 그 연장선 상에 있었다. 교구의 뿌리를 돌아보고 신앙 선조의 삶을 기억하며 그 기억을 오늘의 교회 공동체가 살아갈 힘으로 삼는 일을 사목 중심에 놓았다. 그가 4년간 강조해온 말들은 무엇보다 신앙 선조, 최양업 신부, 청년, 생명이었다.

김 대주교가 청주교구장으로서 처음 발표한 사목 교서 주제는 ‘신앙 선조’였다. 김 대주교는 2023년을 ‘신앙 선조들의 삶에서 배우고 새롭게 시작하는 교구 공동체의 해’로 정하고, 코로나19 이후 교구 공동체가 다시 시작해야 할 길을 신앙 선조들의 삶에서 찾자고 교구민에게 요청했다. 이후 청주교구 사목은 신앙 선조들의 열정과 선교 정신,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영성과 삶을 내면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특히 이러한 신앙 선조들에 대한 관심은 청주교구 신앙 선조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네 믿음이 장하다」(2024) 발간으로도 이어졌다. 이 책은 가까운 시대를 살다 간 신앙인들의 삶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제작됐는데, 이름난 인물이 아닌 평범한 신앙인의 삶도 교구 역사라는 그의 생각이 담겼다.

김 대주교는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신자들에게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와 관심을 꾸준히 요청해왔다. 청주교구장으로서는 2025년 사목 교서를 ‘최양업 신부님의 영성과 삶을 내면화하는 교구 공동체의 해’로 정하고 최양업 신부의 삶을 교구 공동체 안에 새기고자 했다. 조선 곳곳을 걸어 신자들을 찾아다닌 사제, 지치지 않고 복음을 전한 선교사,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목자의 모습은 김 대주교가 오늘날 교회에 다시 제시한 사제상이기도 하다. 그에게 역사는 오늘의 신앙을 비추는 거울이었고, 오늘날 신자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질문이기도 했다.
 
2022년 3월 19일 제4대 청주교구장 주교 임명 발표 직후 김종강 주교(왼쪽)와 장봉훈 주교가 꽃다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2년 청주교구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교리교사의 날 행사를 재개, 김종강 주교가 장기근속 교사들을 시상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미래 세대 청년 사목과 생명 사목 일궈 

그의 시선은 청년과 미래 세대에도 향해 있었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으로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교구대회 준비위원장으로서 서울 WYD 준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특히 본대회에 앞서 전국 교구에서 열리는 교구대회 준비를 이끌며, 각 교구가 세계 청년들을 맞이하고 한국 교회의 신앙을 나누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강조해 왔다.
2023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때 한국 청년단과 함께한 경험도 그에게 중요한 자산이 됐다. 세계 각국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도하고 고백하며, 교회를 체험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고 청년들의 이야기도 직접 들었다. 그는 젊은이들을 먼 미래가 아닌, 현재 교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로 바라봤다. 이밖에도 김 대주교는 2024년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가 주관한 주교 현장 체험에서 자립준비 청년들을 위한 현장을 찾기도 했다. 교회 울타리에서 벗어나 있는 가정 밖 청소년·시설 퇴소 청소년 등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하는 이들을 만난 김 대주교는 한국 사회의 청소년 문제를 숙고하는 기회를 가졌다.

생명 사목도 청주교구장으로서 힘을 기울인 분야다. 청주교구는 ‘생명의 날’을 통해 생명 수호의 뜻을 교구 공동체에 전해왔다. 셋째 이상 자녀를 출산한 가정을 축복하고 격려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낙태와 안락사가 점차 확산하는 현실 앞에서 교회는 언제나 생명의 편에 서야 한다는 메시지도 꾸준히 전했다.

 


구교우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성소 키워 

김 대주교는 1965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증조부 때부터 가톨릭 신앙을 지켜온 구교우 집안에서 자랐다. 큰아버지가 공소 회장을 맡았던 청주 오창 가곡공소에서 신앙을 키웠다. 기도와 신앙생활은 삶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일반 대학에 다니며 본당 교리교사를 하다 당시 주임 신부였던 전임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의 권유로 사제의 길을 걷게 됐다. 신자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장 주교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 대주교가 1996년 사제품을 받을 때 정한 수품성구는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1코린 13,2)였다. 사랑을 사제직의 토대로 삼은 그는 청주교구 서운동·흥덕본당 보좌와 학산본당 주임을 지냈다. 로마에서 유학하며 교회사를 공부한 김 대주교는 교황청립 성 바오로 국제선교신학원 부원장을 맡기도 했다. 귀국 후에는 청주교구 청소년사목국장, 계명본당 주임,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관리국장으로 사목하던 중 2022년 청주교구장으로 임명됐을 때 많은 이들이 그를 온화한 성품을 지닌 사제, 다재다능하면서 친화력이 뛰어난 사제, 다정다감한 사제로 기억했다.
 
5월 2일 청주교구 생명의 날 행사장에서 김종강 주교가 행사에 참석한 가정과 함께 하고 있다.


김 대주교는 주교 수품성구를 ‘너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루카 22,32)로 택했다. 그리고 청주교구장 착좌식에서 “저와 형제 사제들은 지치지 않고 교구민을 사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제의 고백은 형제들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기도하는 주교의 소명으로 이어졌고, 김 대주교는 지난 4년간 지치지 않고 사랑하고 마음을 다해 기도하며 사제와 신자들 곁을 지키는 삶을 몸소 보여줬다. 그러면서 청주교구장으로 지낸 4년간 신앙 선조와 최양업 신부의 삶을 되새기고, 청년과 생명 사목에 힘을 기울여왔다.

김 대주교의 발걸음은 이제 새 소임지 대구대교구로 향한다. 평범한 일상 안의 진리,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고백, 형제들의 믿음을 위해 기도하는 목자의 소명은 새 자리에서 이어질 것이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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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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