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친 작은형제회 한규호 수사, 작은형제회 오학준 신부,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권정대 신부(왼쪽부터)가 정동 프란치스코 수도원에 현시된 성 프란치스코 유해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생태계의 수호성인, 평화의 사도, 제2의 그리스도. 수많은 이름으로 불려 온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1182~1226) 선종 800주년 특별 희년이 올해 보편 교회 안에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찬미받으소서 주간’(17~24일)을 맞아 기후위기와 생태적 회심을 함께 성찰한 가운데, 성인의 영성 역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올해를 성인 선종 특별 희년으로 선포하면서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를 앞서고, 사회의 불목과 폭력이 일상이 되며 평화가 날마다 더 멀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번 희년은 “아시시의 ‘가난한 이’를 닮아가고, 그리스도를 본받아 자신을 빚어 가라는 초대”라고 강조했다.
‘성 프란치스코 선종 800주년 특별 희년’을 맞아 프란치스칸 1회 수도회인 작은형제회·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카푸친 작은형제회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본지는 특별 대담을 마련해 같은 회칙(수도 규칙)을 살아가면서도 가난과 복음을 어떻게 더 충실히 살아낼 것인가를 두고 각자의 길을 걸어온 프란치스코의 제자들을 만났다.
수도복도, 활동 형태도 조금씩 다르지만 세 수도회 모두 성 프란치스코를 사부로 모시는 프란치스칸이다. 갈라지고 다시 통합되는 역사 속에서도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는 50만 명이 넘는 프란치스칸 가족이 평화와 생태, 형제애와 청빈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빈민·이주민·한센인·장애인 곁에서, 또 본당과 거리, 상담소와 고해소 안에서 프란치스코의 복음적 삶을 증언하고 있다.
전쟁과 양극화, 혐오와 생태 위기가 깊어지고 AI가 삶의 구조를 빠르게 바꾸는 시대에 세 수도회 수도자들은 이번 희년이 단순한 기념을 넘어 “다시 프란치스코를 살아내야 하는 시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800년 전 아시시에서 시작된 작은 노래는 오늘도 프란치스칸을 통해 사람과 사람, 인간과 피조물 사이의 잃어버린 형제애를 조용히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