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로 향하다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나포된 한국인 구호 활동가 (왼쪽부터) 김동현, 김아현씨. 팔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 SNS
가자지구로 향하던 한국인 구호 활동가 2명이 이스라엘 당국에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이스라엘의 선박 나포를 “비인도적 행위”라고 비판한 이튿날 이뤄진 조치다. 활동가들은 추방 형식으로 풀려나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휴전 협정이 이뤄졌지만, 가자지구의 위기 상황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가자지구는 전쟁 여파로 여전히 고통 속에 있다.
김동현·김아현 활동가는 18일 가자지구 구호 선박을 타고 인근 공해 상을 지나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돼 체포·구금됐다. 김아현 활동가는 지난해 10월에도 한국인 최초로 가자지구행 구호 선박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체포된 적 있다.
이 사건은 이스라엘 내에서도 논란을 불러왔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소셜미디어에 활동가들을 조롱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손이 묶인 활동가들이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었고, 벤-그비르 장관은 그 앞에서 국기를 흔들며 “우리가 이 땅의 주인”이라고 외쳤다. 논란이 커지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례적으로 벤-그비르 장관을 공개 비판하며 “이같은 방식은 이스라엘의 가치와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3월 11일,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 발라흐의 난민촌에서 한 아이가 벽에 기대있다. OSV
가자지구 내부에서는 쥐와 해충을 매개로 한 감염병이 창궐하며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가자지구에서는 7만 건이 넘는 외부 기생충 감염 및 설치류 매개 질병 사례가 보고됐다. 현지 의료진은 전쟁으로 위생시설이 붕괴되고 하수가 넘치는 데다 난민촌 과밀화까지 겹치면서 감염병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최근 중동 정세 악화 속에서 가자지구 상황이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카리타스 예루살렘 소속 익명의 한 의사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너진 건물 잔해와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감염병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밤이 되면 쥐들이 거리와 난민촌을 돌아다닌다”며 “쥐나 모기에 물려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매일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두려움에 잠도 이루지 못하는 등 공포가 일상화됐다는 설명이다.
쥐는 주민들의 식량을 오염시키고 난민촌 천막을 훼손하는 등 생활 전반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하지만 장기화된 전쟁과 물자 부족으로 의료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의사는 “필수 의약품과 항생제가 절반가량 부족한 상태”라며 “감염병 진단 장비와 시약조차 확보하지 못해 의사들이 임상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자지구 주민들의 회복을 위해서는 단순한 응급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평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