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한 자녀에게 더 좋은 것을 제공하려는 소비 경향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육아의 수고를 덜어주는 제품은 다양해졌고, 아이의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물건도 끊임없이 바뀐다. 문제는 아이가 빠르게 자라는 만큼 물건의 사용 기간도 짧다는 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 22항에서 현대사회의 ‘버리는 문화’를 지적하며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해 자원을 보존하는 ‘순환적 생산방식’으로 나아갈 것을 촉구했다. 레오 14세 교황도 지난해 10월 「찬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 국제회의에서 “이 회칙이 지적한 도전들은 10년 전보다 오늘날 더욱 중요해졌다”며 창조된 세상을 모든 사람과 미래세대를 위해 가꾸고 돌볼 책임을 강조했다.
두 교황의 가르침은 육아 소비에도 닿아 있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려는 마음과 그 아이가 살아갈 환경을 지키는 일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 고양시의 사단법인 ‘트루’가 주최한 장난감 재사용 바자에서 한 부모가 아이에게 “이건 다른 친구가 썼던 장난감”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는 “괜찮다”며 그 장난감을 골랐다. 한 아이에게 쓰임을 다한 물건이 다른 아이의 놀이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네덜란드의 한 리페어카페에서는 부모와 아이가 고장 난 장난감을 함께 고쳤다. 아빠가 장난감 소방차에 접착제를 바르는 동안 아들은 곁에서 그 과정을 지켜봤다. 버리는 대신 고치고, 새것을 사는 대신 물건의 쓰임을 되살리는 경험이 일상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었다.
cpbc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은 특집기획 ‘육아를 삽니다’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국내와 독일·네덜란드를 오가며 육아 소비의 현장과 물건이 다시 사용되고 순환하는 과정까지 취재했다.
‘육아를 삽니다’ 기획은 부모의 소비를 과소비와 절약이라는 잣대로 평가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무엇을 살 것인가’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로 시선을 넓힌다. 아이를 위한 오늘의 소비는 결국 아이가 살아갈 우리 모두의 ‘공동의 집’과도 이어져 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