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가 환경 파괴로 빚어지는 인간의 죄를 ‘창조물과 창조주에 대한 죄’로 표현하자고 제안했다. 기존의 ‘생태적 죄’나 ‘생태 학살’보다 신학적으로 더욱 정확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는 2일 새 문헌 「우리 공동의 집 돌보기 : 삼위일체 하느님께 드리는 책임 있고 형제적인 응답」을 발표했다. 문서는 총 2만 9000여 단어, 3개 장으로 구성됐다. 국제신학위원회는 2022~2025년 슬로베니아 신학자 알렌카 아르코 교수가 이끄는 특별 소위원회를 중심으로 4년여에 걸쳐 작성했다. 문헌은 지난 7월 국제신학위원회 위원들의 투표로 승인됐으며, 위원장인 신앙교리부 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이 레오 14세 교황의 최종 승인을 받아 발표됐다.
위원회는 환경 파괴를 ‘창조물과 창조주에 대한 죄’라고 표현하는 것이 인간에게 공동의 집을 돌볼 책임을 맡긴 창조주와의 관계까지 드러낸다는 점에서 ‘생태적 죄’보다 신학적으로 더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환경파괴는 하느님이 의도한 창조의 의미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교계 매체 OSV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10년 만에 생태적 죄라는 표현을 넘어 더욱 정확한 용어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1일 이탈리아 로마 외곽 교황 별장 카스텔 간돌포 내 찬미받으소서 학교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OSV
문서는 현재 이탈리아어로만 제공되며, △삼위일체 하느님의 작품, 공동의 집 △공동의 집 속의 속의 인간 △공동의 집 보호 등 3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공동의 집인 창조 세계를 삼위일체 하느님의 작품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하고, 모든 피조물의 상호연결성을 강조한다. 이어 16세기 이후 자연을 창조물로 바라보는 관점이 약화되고, 인간 중심적이고 약탈적인 시각이 확산된 과정을 살피며 지구적 생태 위기를 논한다.
2장에서는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를 통해 창조 세계에서 인간의 역할과 위치를 살핀다. 피조물 보호 의무에서 타락한 인간 문명을 다루고, 세상을 단순히 착취의 대상으로 여긴 ‘약탈적 인간중심주의’가 언급된다. 위원회는 ‘상황적 인간중심주의’라는 개념을 제시해 인간의 소명을 창조 세계의 종 혹은 관리자(steward)로 묘사한다. 특히 문서는 성찬례를 생태적 학교에 빗대며 “성찬례는 생태적 회심을 지지하고 장려할 수 있는 영성의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장에서는 생태적 회심을 위한 실질적 지침과 원칙을 제시한다. 창조 세계에 대한 경외와 책임 있는 돌봄, 지구와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이기, 생명 존중, 금욕과 단식 등을 생태적 회심을 위한 원칙으로 제시한다.
아울러 문서는 성 아우구스티누스나 성 토마스 아퀴나스 등 교회학자들의 지혜를 인용한다. 또 빅뱅 우주론, 양자물리학 등 현대 과학이 제시하는 우주관을 살피며 신학적 창조 이해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위원회 사무총장 피에로 코다 몬시뇰은 바티칸 뉴스 논평에서 “이 문서는 환경에 대한 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며 “문화·사회·경제·정치적 차원에서 온전히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영적, 종교적 차원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