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서 갱단 약탈 잇따라… 140만여 명 실향민 전락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 산간 마을 켄스코프에서 무장 갱단이 마을을 습격해 50여 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발생했다. 가톨릭교회는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고 각국 정부에 아이티인들을 도와줄 것을 촉구했다.
아이티 현지 매체에 따르면, 무장 갱단의 마을 습격은 8월 23~24일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최소 47명이 목숨을 잃고 50명이 납치됐다. 아이티는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피살 이후 갱단 약탈과 폭력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OCHA)의 발표로는 현재 26개 갱단이 포르토프랭스의 90를 장악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약 140만 명이 국내 실향민 신세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오 14세 교황은 8월 30일 이탈리아 카스텔 간돌포에서 주일 삼종기도를 주례한 후 연설에서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온갖 형태의 폭력을 끝내기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이티 주교회의 부회장 피에르-앙드레 뒤마(앙스-아-보-미라고안교구장) 주교는 8월 25일 성명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시혜가 아니라 기본 의무”라며 국가 비상계획 수립과 책임 소재 규명 등을 촉구했다.
미국에서도 아이티 출신 이주민 보호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아이티인에 대한 임시보호신분(TPS) 종료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TPS는 1990년 이민법에 따라 전쟁이나 재난을 겪는 국가 출신자에게 부여되는 추방 유예 조치다. 지난해 기준 33만여 명의 아이티인이 이 신분으로 미국에 체류해왔으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TPS 종료 방침 공개 후 8월 5일 대법원이 이를 인정하면서, 아이티인들은 추방될 위협에 놓인 상태다. 미국 마이애미대교구장 토마스 웬스키 대주교는 “이번 공격은 아이티가 여전히 불타는 집과 같음을 보여준다”며 “이들이 강제 추방될 경우 이들이 갱단 폭력에 그대로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갱단의 활동은 교회 활동도 위협하고 있다. 교황청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 ACN에 따르면, 최근 포르토프랭스에서만 40여 개 본당이 갱단의 공격을 피해 문을 닫았고 그 외 지역에서도 15개 본당이 운영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살레시오 수녀회 등 수도회들 역시 활동을 멈췄다. 지난해에는 2명의 수도자가 무장 갱단의 손에 목숨을 잃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아이티 제레미교구장 곤트랑 데코스트 주교는 ACN과의 인터뷰에서 “교회는 도덕적·윤리적·영적·예언적 측면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울타리”라며 “그런 탓에 무장 갱단의 주요 제거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전 세계에서 전해지는 지원과 모두의 기도가 있기에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라며 기도를 요청했다. 후원 계좌 : 농협 317-0016-3132-21, (사)고통받는교회돕기한국지부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