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논의 중인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서도 가톨릭교회와 수도회는 "파병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국 교구와 수도회 정의평화위원회는 지난 11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반대 성명을 내고 "전쟁은 인간 생명의 희생이 동반되며 또 다른 전쟁으로 확대된다"며 반대 입장을 거듭 역설했다.
가톨릭교회는 그 어떤 전쟁도 반대한다.
근거는 성경이다. 하느님 말씀이 담긴 성경은 근본적으로 '평화'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 가르침 가운데 하나인 「간추린 사회교리」에는 ‘평화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는 "평화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여긴다. 또 하느님의 계획에 부합하는 인간의 계획이기 이전에 먼저 하느님의 근본 속성이라고 언급한다.
아울러 "주님은 평화이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느님의 영광을 반영해 창조된 피조물은 평화를 염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상 「간추린 사회교리」 488항)
교회 역사를 살펴봐도 4세기 이전으로 설명되는 초대교회 시기 로마제국의 박해를 받던 시기에도 그리스도인 다수가 병역을 거부하거나 꺼렸다.
초기교회 사상가 오리게네스를 비롯한 교부들은 "어떤 민족을 거슬러 무기를 들지 않으며 전쟁을 벌이지 않고 머리이신 예수님에 의해 평화의 자녀가 됐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이는 예수님의 산상설교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태 5,44)는 말씀에 기초한다.
가톨릭교회가 전쟁에 반대하지만, 부당한 침공이나 공격을 받는 등 '정당방위 전쟁'까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2309항)에는 정당방위 전쟁의 조건 네 가지가 언급돼 있다.
첫째, 공격자가 국가나 국제 공동체에 가한 피해가 계속적이고 심각하며 확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이를 제지할 다른 모든 방법들이 실행 불가능하거나 효력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야 하고, 셋째, 성공의 조건들이 수립돼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무력 사용으로 제거돼야 할 재난보다 더 큰 재난과 폐해가 초래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가톨릭교회는 이 네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때만이 정당방위 전쟁이라고 여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부터 '레오 14세' 교황의 전쟁 반대 메시지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1980년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을 때의 모습. OSV
역대 교황들도 한목소리로 전쟁을 반대해 왔다.
성 요한 바오로2세 교황은 1991년 초 걸프전이 발발했을 때 유엔과 전 세계인을 향해 평화를 호소하며 무력 사용에 반대하며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2003년 1월에는 교황청 주재 외교단 신년 연설을 계기로 "무력의 사용이 최후의 수단임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더 이상 전쟁은 안 된다"고 호소했다.
성 요한 바오로2세 교황은 또 그해 3월 이라크전 개전작전을 시작한 미국 부시 행정부에 추기경급 특사를 파견하고 "전쟁에 반대한다.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전쟁은 인류의 패배"라고 경고했다.
2006년 베네딕토 16세 교황.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교황도 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재임 시절인 2006년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모든 당사자의 노력을 존중하는 가운데 평화로운 수단을 통해 해결책을 찾으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장 많은 전쟁 반대 메시지를 낸 교황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기를 맞아 2014년 9월 전몰장병 묘지를 방문해서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분쟁들을 언급하고는 "산발적인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표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러우 전쟁 만 2년이 지난 2024년 부활 메시지를 통해 "전쟁은 우매한 짓"이라거나 "평화는 무기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전쟁은 언제나 패배이자 부조리한 일"이라며 전쟁을 지속적으로 멈추라고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5년 1월 "전쟁은 언제나 예외 없이, 우리 모두의 패배"라고 전쟁 중단을 다시금 요청한 바 있다.
레오 14세 교황도 꾸준히 전쟁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올해 3월, 미국이 이란을 향해 군사행동을 펼치자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예수님은 평화의 왕이며, 누구도 그를 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올 4월엔 중동 평화를 위한 미사와 기도회를 열고 "더 이상 전쟁은 안 된다"고 호소했다. 앞서 제59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2026년 1월 1일)를 통해서도 평화를 강조했다. 담화 주제가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무기를 내려놓으며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를 향하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