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지난 7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가정폭력상담소 공동대응체계 현장 화상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가정폭력 등으로 신변 안전이 우려되는 소송당사자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에 나선다.
최근 가정폭력 피해자의 피신처가 이혼소장을 통해 남편에게 노출된 뒤 피해자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현행 개인정보 보호제도의 허점이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현행 제도는 피해자가 직접 보호조치를 신청해야 해 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제때 신청하지 못하면 보호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성평등가족부는 17일 소송당사자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조치 안내와 신청 편의를 강화하기 위해 법원행정처와 협력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경기 광주시 능평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30대 현직 공무원이 별거 중이던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남편의 가정폭력을 여러 차례 신고한 뒤 거처를 옮겨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이혼소장에 임시 거처 주소가 기재되면서 남편에게 위치가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성평등부와 법원행정처는 소송 과정에서 주소 등 개인정보가 상대방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 안내를 강화하고, 피해자가 보호조치를 보다 쉽게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현행 민사소송법 제163조 제2항에 따르면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소송관계인은 법원에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신청을 받아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이 상대방 등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제한할 수 있다. 해당 조치는 가사소송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당사자가 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제때 신청하지 못하면 소장이 송달되는 과정에서 실제 거주지나 피신처가 상대방에게 노출될 수 있다.
이에 성평등부는 소송 초기 단계부터 개인정보 보호조치 안내와 신청 절차를 연계하는 방안을 법원행정처에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비전자소송 소장 양식에 개인정보 보호조치 제도와 관련 서류를 명확히 안내하고, 전자소송에서도 소장 제출 단계에서 보호조치 신청 절차로 쉽게 이어지도록 하는 방안이다.
법원행정처는 이를 바탕으로 전자·비전자소송의 소장 작성 단계에서 관련 안내를 강화하기로 했다. 전자소송포털에는 소장 제출 후 개인정보 보호조치 신청 절차로 바로 연결되는 기능을 마련한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 유관기관과 법원 종합민원실을 통한 제도 안내도 강화한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가정폭력 등 피해자가 권리구제를 위한 재판 과정에서 오히려 개인정보가 노출돼 다시 위험에 처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관계기관과 협력해 소송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를 더욱 촘촘히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