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직 유지에 대해선 입장 밝히지 않아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낙태 합법화와 낙태약 도입 의지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생명윤리와 관련한 종교계 우려에 대해서는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폭넓게 듣겠다고 했다.
용 후보자는 2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임신중지 약물은 법 개정 전이라도 여성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장관으로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신속하게 합법화와 도입 절차를 마무리하고 모자보건법 개정도 빠르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종교계의 우려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와 종교계 등 다양한 분들을 폭넓게 만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가톨릭교회는 인간 생명을 수정되는 순간부터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가르침에 따라 낙태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용 후보자는 그간 차별금지법과 생활동반자법, 군형법 개정안 등 종교계가 우려를 제기한 법안을 다수 발의했다. 용 후보자는 이에 대해 "군형법 개정안과 차별금지법은 국민께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불합리한 이유로 차별받지 않게 하려고 발의한 법안들"이라며 "장관으로서 사회적 숙의 과정을 성숙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제 역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서는 "많은 여성이 보완수사권 폐지에 우려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보완수사권 폐지는 검찰과 경찰의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는 형사사법 체계 개편이라는 큰 틀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롭게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에서 보완수사를 담당하는 전담 부서가 설치될 것"이라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4년 동안 일한 경험을 살려 피해자들이 보완수사나 재수사 과정에서 권익을 침해받지 않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폭넓게 경청하겠다"고 설명했다.
비동의강간죄 도입에 대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강간죄 구성 요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비동의강간죄는 강간죄의 성립 요건을 폭행·협박 중심에서 상대방의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골자다.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현행법이 다양한 성폭력 피해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구성요건의 명확성과 무고 사건 증가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성평등가족부로 부처 명칭이 바뀐 가운데 양성 평등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용 후보자는 "성평등이라고 하는 것은 한쪽만 노력한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여성들이 경험하는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하면서도 남성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을 경청과 공론을 통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직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용 후보자는 "여러 의견이 있고 우려에 대해 잘 경청하고 있다"며 "보다 저의 입장과 생각을 잘 준비해 말씀드릴 수 있도록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성평등부, 속도·성과 필요…실질적 변화 만들 것"
용 후보자는 이날 장관 후보자로서 성평등가족부의 정책 방향과 주요 과제도 제시했다.
용 후보자는 5년 전 일과 양육의 어려움을 알리기 위해 아이와 함께 국회에 출근했던 일을 떠올리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이 자리에 서면서 가장 먼저 그 순간을 떠올렸던 것은 국민께서 바라시는 것이 언제나 국민의 일상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라는 것을 깊이 새겼던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평등가족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속도와 성과가 필요한 때"라며 "성평등 정책, 청소년 정책, 가족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다. 이 역할과 위상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젠더 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선제 대응을 천명했다. 용 후보자는 "디지털성범죄, 친밀관계폭력과 같은 젠더 폭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피해자들이 국가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먼저 다가가 손 내밀고, 피해를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족 정책은 국민의 실생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일터에서의 성평등에 대해서는 "고용 평등, 임금공시제 도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누구든 일과 생활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지 않아도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을 둘러싼 각종 우려와 논란에 대해서는 경청하겠다고 했다. 용 후보자는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다는 것 잘 알고 있다"며 "듣고 또 듣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