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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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 만에 다시 드러난 성 프란치스코의 유해

[프란치스코의 향기] 3.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와 아시시 성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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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프란치스코 선종 800주년 특별 희년을 맞아 2026년 2월 22일부터 3월 22일까지 이탈리아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대성전 내에 공개된 성 프란치스코의 유해. OSV
 

800년의 시간을 뚫고
우리 곁으로 다가온 성인의 유해는
복음의 가치가 결코 사라지지 않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음을 증언



아시시 서쪽 끝, 한때 죄인들의 처형지여서 ‘지옥의 언덕’이라 불렸던 곳은 성 프란치스코의 시신을 모심으로써 ‘천국의 언덕’으로 거듭났다. 그 정상에 우뚝 솟은 성 프란치스코 대성전은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중세 건축의 걸작이다. 1228년 성인의 시성식 이튿날 그레고리오 9세 교황이 직접 초석을 놓았고, 이후 치마부에·조토·시모네 마르티니 등 당대 거장들의 프레스코화가 대성전 벽면을 가득 채우며 성인의 삶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꼰벤뚜알 작은형제들은 1230년 대성전 완공 이래 이곳을 수도회의 본산으로 삼아 성인의 가르침을 전 세계로 전파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대성전의 심장은 지하 무덤 성당(Tomba)이다. 1230년 성프란치스코를 안치할 당시, 엘리아 형제는 성해 도난과 훼손을 우려해 대성당 바닥 깊은 곳에 시신을 비밀리에 매장했다. 이 비밀이 철저히 지켜진 탓에 형제들조차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한 채 58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1818년 비오 7세 교황의 허가 아래 발굴 작업이 시작되었고, 마침내 성인의 유해가 안치된 석실이 발견되었다. 이후 무덤 성당이 정비돼 순례자들이 성인의 곁에서 기도할 수 있게 되었다.

2026년은 성 프란치스코 선종 8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2026년 2월 22일부터 3월 22일까지 성인의 유해를 일반에 완전히 공개했다. 1978년의 제한적 공개와 달리, 이번에는 특수 유리관에 안치된 성인의 유해를 누구나 가까이서 알현할 수 있었다. 80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이 장엄한 현시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약 50만 명의 순례자가 방문해 아시시의 언덕을 기도의 열기로 채웠다.

이 성해 공개 및 현시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역사적 기념을 넘어선다. 성 프란치스코는 평생 그리스도의 수난을 자신의 몸에 새기길 갈망했고, 마침내 라 베르나 산에서 오상(五傷)을 받음으로써 그리스도와 완전한 일치를 이루는 은총을 받았다. 800년의 세월을 건너 우리 앞에 나타난 그의 성해는 복음의 가치가 결코 낡거나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음을 온몸으로 증언한다. 꼰벤뚜알 작은형제들이 수세기 동안 묵묵히 이 무덤을 지켜온 이유는 바로 이 ‘복음의 실재성’을 세상에 알리기 위함이었다. 성인의 유해는 죽음을 이긴 신앙의 증거물이자, 오늘날 갈등과 분열로 점철된 인류에게 던지는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다.

아시시의 종소리는 이제 우리에게 마지막 물음을 던진다. 800년의 시간을 뚫고 우리 곁으로 다가온 성 프란치스코의 유해는 우리 역시 각자의 삶 속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야 함을 일깨운다. 꼰벤뚜알 작은형제들이 정성껏 보존해 온 성지의 돌 하나, 성인의 유골 한 조각은 모두 우리가 회복해야 할 인간다움과 형제애를 향하고 있다. 아시시 대성당 지하의 고요한 불빛 아래 우리는 성인의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인사를 가슴에 새긴다.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평화를 내려 주시기를 빕니다!” 이 인사는 800년 전 리보토르토의 작은 오두막에서 시작되어 오늘날 대성당의 영광을 거쳐 우리 모두의 삶이라는 새로운 전기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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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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