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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선교사’ 복자 마리아 트롱카티 수녀 19일 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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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밀림의 선교사, 복자 마리아 트롱카티 수녀(Maria Troncatti, 1883~1969, 살레시오 수녀회)가 10월 19일 전교 주일에 레오 14세 교황에 의해 시성된다. 복자는 47년 동안 에콰도르 아마존 밀림의 슈아르족 원주민은 물론 백인 이주민들에게도 봉사하며 복음을 전했다.


■ 생애: 아마존 등에서 47년간 선교


복자는 1883년 2월 16일 이탈리아 브레시아 산악 지방 코르테노 골지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염소 목장을 운영했으며, 14남매 중 셋째인 복자는 태어난 다음 날 세례를 받았다. 1889년 여섯 살 때 첫영성체를 하고 4년 뒤 학교 선생님을 통해 복음 정신을 전하는 「살레시오 가족지」를 처음 접했다. 


복자는 알프스의 자연 속에서 노동과 삶, 가족, 그리고 신앙과 선교에 대한 갈망과 희망을 성숙시켜 갔다. 이어 본당의 신심 단체 ‘마리아의 딸 회’에 가입했고 선교 수도회에 자신을 봉헌하기를 꿈꾸었다.


1905년 10월 살레시오 수녀회에 입회한 복자는 1908년 9월 첫 서원을 했다. 유기 서원 기간에는 건강의 어려움도 속에서도 로시냐노, 디아노 알바 등에서 주방과 잡다한 일과 보조 간호사로 일하며 헌신했으며, 1914년 9월 종신 서원을 했다.


1915년 제1차 세계대전 중 마리아 트롱카티 수녀는 바랏제 야전병원에서 간호사로, 피난민 어린이 보호소에서는 아이들의 어머니로 활동하였다. 바랏제에서 간호사 과정을 밟던 중 대홍수가 나 익사 위기에 처했을 때, 마리아는 ‘성모님께 목숨을 구해 주시면 선교지로 떠나겠다’고 서약했다.


수녀회 총장은 1922년 선교에 뜻을 두고 있던 복자를 에콰도르로 파견했다. 복자는 춘치에서 3년간 머문 뒤, 코민 주교와 두 명의 수녀, 소규모 선교단과 함께 에콰도르 남동부 아마존 숲에 있는 인디언 슈아르족의 땅으로 들어갔다. 


복자는 밀림의 온갖 위험 속에서 동료 수녀들과 복음화에 힘썼다. 복자는 에콰도르의 마카스, 돈보스코의 세빌야, 수쿠아 원주민 공동체 사이에서 간호사이자 외과·정형외과·치과·마취과 의사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활동했다.


하루는 추장이 총에 맞은 한 소녀를 살리지 못하면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상황에서 작은 접이식 칼과 요오드 병 하나로 총알을 제거하는 데 성공해 아마존 밀림 통행 허가를 얻어내기도 했다. 복자는 생사의 기로에서 언제나 담대하게 주님께 맡기며 성모님의 도움을 청하였다.


복자는 47년 동안 춘키, 쿠엥카, 마카스, 수쿠아에서 아마존 밀림의 슈아르족 원주민은 물론 백인 이주민들을 위해 활동하며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 1969년 8월 25일, 에콰도르 수쿠아에서 수녀가 탄 소형 비행기는 이륙 후 몇 분 만에 그녀의 ‘마음의 고향’이었던 아마존 밀림 끝자락에 추락하였다. 마리아 수녀가 천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비행을 한 것이다. 


당시 향년 86세였던 그녀는 모든 삶을 사랑의 선물로 내주었다. 그녀는 슈아르 원주민과 정착민 사이의 화해를 위해 삶을 바쳤다. 신앙과 인내, 이웃 사랑이라는 훌륭한 자원을 풍부히 지닌 교리 교사이자 복음 선포자였던 마리아 수녀는 2008년 11월 12일 가경자가 되었으며, 2012년 11월 24일 베네딕토 16세 교황 재임 시 에콰도르 멘데스 대목구 마카스에서 시복되었다.


2019년 복자가 선종한 지 50주년이 되던 해는 ‘아마존, 교회와 통합 생태를 위한 새로운 길’을 주제로 범아마존 시노드를 준비하는 해였다. 이때 마리아 트롱카티 수녀는 시노드의 증인으로 선정되었다.



■ 영성: 어머니, 선교사 그리고 평화와 화해의 장인


영적 모성의 실현: 복자 마리아 트롱카티 수녀는 인간 발전, 특히 여성의 권익 신장을 위해 힘썼으며, 슈아르족 여성들의 자유로운 혼인을 도와 수백 개의 새로운 성가정 공동체를 형성시켰다. ‘광야의 여의사’라는 별명을 얻은 복자는 병자뿐 아니라 도움과 희망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언제나 손을 내미는 ‘사랑스러운 엄마’였다. 소박하고 열악한 외래 진료소에서 시작된 복자의 의료 봉사는 병원 설립과 간호사 양성으로 이어졌다.


복자는 “십자가를 바라보면, 일할 수 있는 용기와 생기가 솟아납니다”라며 어머니와 같은 인내심으로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사람들 사이의 친교를 증진시키는 데 더해, 원주민과 정착민에게 용서와 화해의 정신을 전했다. 모든 활동과 희생, 위험 속에서 도움을 주시는 어머니 같은 성모님의 현존을 드러낸 것이다.


예언자적인 딸, 미개척 영역의 선교사: 복자는 언젠가 “나는 선교 수도자라는 성소 덕분에 매일 더 행복하게 삽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복자는 말을 타고 밀림을 오가며 가장 가난한 사람들, 몸과 마음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갔고, 통하지 않는 말보다 마음의 언어와 섬세한 인간성의 몸짓으로 젊은 원주민 세대와 사랑으로 연대했다. 아울러 복자는 혼자 선교 활동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살레시오회 형제들, 살레시오 가족 전체와 함께하며 친교를 이루었다.


평화와 화해의 장인: 1960년대 말, 정착민과 슈아르족 사이에서 토지 소유권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적대적인 분위기가 다시 불붙었다. 1969년 7월 4일, 일부 정착민들은 슈아르족의 존엄성을 옹호한다는 명분으로 살레시오 선교단에 불을 지르는 사건을 일으켰다. 이 일로 복자는 큰 고통을 겪었고, 이것이 더 큰 재앙으로 번질까 두려워하였다.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어머니의 마음에서 우러나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두 민족의 화해를 위해 희생양으로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겠다는 영감을 받았다.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요한 15, 13) 설득과 친절의 힘으로 마리아 수녀는 이제 막 시작된 보복을 멈추게 하였고, 평화와 용서의 중재자로 거듭났다.


복자가 식민 개척자들과 슈아르(Shuar) 원주민 사이에서 평화를 건설하는 데 헌신한 삶을 돌아보면, 그녀는 개척자들을 사랑하였고 그들의 선익과 건강, 생명을 소중히 여겼다. 동시에 슈아르족을 사랑했는데, 그들은 선교의 중심이자 그녀의 자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평화의 조건을 마련할 줄 알았고, 이미 모든 것을 봉헌하신 분께 희생 제물로 자신을 내어 드린 놀라운 힘으로 관계를 회복하고 잘못된 것을 고쳐 나갈 용기를 지녔다. 또한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용감한 사람으로 변화되어, 평화의 길을 밝히는 촛불이 되었다.



■ 기적: 슈아르족 부상자의 완치


202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승인한 복자 마리아 트롱카티 수녀의 전구로 이루어진 기적은 2015년 슈아르족 출신 농부이자 목수인 주와(Juwa) 씨의 치유였다. 주와 씨는 열대 우림에서 기계 날을 갈다가 기계가 파손되며 두개골 골절과 뇌 조직 손상을 입어 생명이 위험한 상태였다. 그의 가족과 살레시오 수녀회 공동체는 복자의 전구를 청했다. 주와 씨는 수술 후 생명은 건졌으나 좌측 마비와 언어 장애를 겪었다. 그는 지속적인 기도를 하던 중 꿈속에서 복자를 보게 됐고, 그 이후 급속히 회복해 마침내 완치됐다.


마리아 트롱카티 수녀는 참으로 어머니이자 선교사였으며, 평화와 화해의 장인이었다. 10월 19일 시성식을 준비하며, 마리아 트롱카티 수녀는 험난하지만 끊임없이 놀라운 신앙의 길을 따라 순례하도록 앞서 가신 성인들처럼 언제나 쾌활하게, 그리스도와 함께, 교회 안에서, 세상을 위하여, 마리아처럼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온 세상에 여러 살레시오 수녀의 증언이 울려 퍼진다.


“마리아 수녀님은 그들에게 평화가 돌아오도록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치겠다고 어머니의 마음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수녀님이 세상을 떠나던 날, 정착민과 슈아르족 모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성인이 돌아가셨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스도의 성심으로 위로받은 수녀님은 위로와 희망의 표징이 되셨습니다. 그녀의 삶과 죽음을 통해, 그는 진정한 화해와 평화의 장인이었으며, 혼란과 불행 속에서도 인류애를 회복하는 분이셨습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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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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