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몰타 기사단이 이주민들과 함께 한국에서 첫 ‘루르드 미사(Lourdes Mass)’를 봉헌했다. 소외된 이들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넘어 그들을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삶과 영성을 나누려는 몰타 기사단의 사명을 실천한 자리였다.
오더 오브 몰타 코리아(Order of Malta Korea, 회장 임성균 프란치스코, 담당 박기석 요한 사도 신부, 이하 OMK)는 10월 12일 서울대교구 절두산 순교성지 성당에서 OMK 채플린(Chaplain, 영적 지도·성사 동반 성직자)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 주례로 ‘이주민들을 위한 루르드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멕시코·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스페인 출신 이주민 등 100여 명이 함께했다.
OMK는 질병, 가난 등 다양한 이유로 루르드를 순례할 수 없는 이들도 그 치유의 은총을 경험할 수 있도록, 창립 10주년인 올해부터 한국에서도 루르드 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다. 특별히 한국에서의 첫 루르드 미사에는 타국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나가는 이주민들이 은총의 기회를 함께 누리도록 이주민들을 초대했다. 루르드 미사는 전 세계 몰타 기사단이 매년 5월 스스로 루르드 성지를 찾기 어려운 가난한 환자들과 동반해 루르드 성지순례에 동행하고 그들에게 치유의 은총을 안겨주는 행사다.
미사에서 이주민들은 OMK 회원들이 올해 5월 루르드 순례 때 가져와 작은 성수 병에 담은 기적수를 선물로 받았다. 파견 전에는 회원들과 함께 ‘몰타 기사단 매일의 기도(Daily Prayer of the Order of Malta)’를 함께 봉헌했다. ‘이웃에게, 특히 가난하고 병든 이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기를’ 간구하는 내용의 기도다.
박기석 신부는 강론에서 “그리스도 안의 형제자매들, 특히 병자와 어려운 이들에게 우리의 신앙이 주는 기쁨과 치유의 은총을 나누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루르드를 떠나며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내적 평화를 맛보는 순례자들처럼, 사랑 그 자체인 그분께 다가가고 감사드리는 루르드 체험이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하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이주민이라 교회에서조차 늘 뒷전이 될 수밖에 없어서, 정작 위로와 기적이 절실할 때 곁에 아무도 없을 때가 많아요. 그런 우리를 생각해 기적을 안겨주는 미사에 최우선 순위로 초대해 준 OMK 여러분의 동반(compa??a)이 정말 고마웠어요.”
한국에서 두 딸을 키우고 본국 가족까지 부양하는 콜롬비아인 치로 두아르테(Ciro Duarte) 씨는 “바쁜 삶이지만, 우리 가족과 동포를 넘어 다른 나라 출신 이웃들과도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내면의 알 수 없는 힘으로 루르드 기적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원히 내 세상에 찾아올 일 없을 것 같았던 루르드가 벌써 생생한 감동으로 내게 찾아왔다”며 기적수를 들고 미소 지었다.
오더 오브 몰타는 교황청이 1113년 승인한 가톨릭 평신도 기사 수도회로 ▲신앙 ▲기사도 ▲인도주의가 결합된 고유의 영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반 수도회처럼 청빈·정결·순명의 정신을 따르면서도 국제 NGO처럼 국경을 초월해 난민·이주민·재난 현장에서 의료·구호 활동을 전문적으로 수행한다. 독자적 주권 지위를 가진 유일한 수도회로서 110여 개국과 외교 관계도 맺고 있다.
한국지부인 OMK는 2015년 4월 창립됐으며, 현재 총 19명의 정식 회원(Knights and Dames)이 활동하고 있다. 임성균 회장은 “교구 이주사목위원회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것이 1차적 목표”라며 “한국에서의 루르드 미사 봉헌뿐 아니라 각국 이주민 공동체와의 성지순례 등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신앙 활동들도 기획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