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정책은 현재 유일한 장애인 자립생활의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2022년 실제 시범사업 시행 후 속출한 장애인 사망 사례처럼 가장 취약한 중증 장애인을 돌봄 사각지대와 인권 유린으로 내몬다는 비판을 받는다.
자립 지원 주택과 활동 지원 서비스 모델 또한 ▲24시간 상시적 전담 돌봄 ▲고도의 개별화한 의료와 재활 서비스 ▲돌발 상황에 대한 즉각적 전문 대응 등 중증 장애인에게 불가결한 돌봄 욕구를 안정적으로 충족하기 어렵다.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 주도적 삶을 보장하려면 탈시설 강행보다 장애인 자립생활과 자기 옹호를 적극 지원하는 공간으로의 거주시설 변화가 답이 아닐까.
사단법인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회장 김현아 딤프나, 이하 부모회)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11월 5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장애인 거주시설의 자립생활과 자기 옹호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사회복지, 장애인 시설, 법 분야 전문가·종사자로 이뤄진 발제·토론자들은 “획일적 해결책이 아니라 장애인 개별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개인별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상용 교수는 “스스로 선택·결정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을 갖는 것이 자립의 핵심’”이라며 “‘시설’ 대 ‘지역사회’ 이분법을 넘어 장애인들의 자기 결정권과 자기 옹호 능력을 향상하고 개인 선택과 의사를 존중해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장애 당사자이자 수십 년간 거주시설에 있었던 경기도장애인시설협회 김광식 회장은 “중증·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중층적 돌봄 욕구를 지역사회 인프라가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에 탈시설 정책의 최대 취약점이 있다”며 거주시설의 혁신적 전환과 ‘지역 돌봄 허브’ 모델 구축을 제안했다.
김현아 회장은 ▲중증 장애인을 위한 전문시설 확보 ▲전문 인력 양성 ▲생활 환경 개선 ▲복지-의료-교육 통합지원체계 구축을 내용으로 구상 중인 ‘장애인 거주시설 선진화법’(가칭) 제정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통합돌봄센터에서 인력 부족을 이유로 최중증 자폐성장애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황은, 센터가 거주시설을 대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케이원챔버 임무영 변호사는 올해 10월 다시 발의된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탈시설지원법)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임 변호사는 “탈시설지원법과 종전 법률안과의 차이는 탈시설을 법률적으로 의무화하고, 불이행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 조항까지 규정돼 있다는 데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회 적응 강요가 오히려 고문으로 느껴질 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강제 퇴소는 형법적 관점에서 유기치사상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좌장을 맡은 가톨릭사회복지연구소 소장 김성우 신부(이사악·청주교구 충북재활의원 원장)는 “자립을 단순히 독립적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오해하고 거주시설 폐쇄를 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전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