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는 15일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기억하다, 빛과 소금이 된 이들’ 여섯 번째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로, 고(故) 이관진(베드로, 1927~2015) 회장을 기리기 위해 거행됐다.
‘기억하다, 빛과 소금이 된 이들’ 미사는 한국 근현대사 안에서 신앙으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온 평신도들의 모범적인 삶과 신앙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2022년 안중근(토마스) 의사를 기리며 처음 봉헌됐다. 이후 매년 평신도 주일과 가까운 11월 세 번째 토요일 오전 10시에 봉헌되고 있다.
올해 기림미사는 평신도 희년을 지내는 교구 공동체가 이관진 회장의 평신도적 사도직 정신과 나눔의 삶을 되새기며, 그분의 신앙적 모범을 본받고자 하는 뜻을 담아 봉헌됐다.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이관진 회장은 가난한 유년 시절,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학업을 이어가며 자신이 받은 사랑을 가난한 이웃에게 돌려주겠다는 마음을 품었다. 이후 기자로서 사회에 진실을 전하고, 한국샤프 초대 회장을 지내며 기업가로서 활발히 활동했다. 성공 이후에도 가난한 이웃과 청년들을 위한 장학사업, 군인·농촌·해외 선교 지원 등 평생을 ‘나눔의 사도직’으로 살아왔다.
특히 이 회장은 한국가톨릭실업인회 4~7대 회장, 제9·10대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제5대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교회 평신도사도직 운동의 기반을 다졌다. 2007년에는 사재 50억 원을 출연해 환주복지재단을 설립함으로써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나눔을 제도적으로 구현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강론에서 “이관진 베드로 형제님은 기자이셨고, 기업인이셨으며, 복지재단 설립자이셨지만, 누구보다도 참된 그리스도인이자 우리의 형제였다”며 “교회가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언제, 어떤 역할로든 응답하셨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형제님은 늘 ‘죽는 날까지 하느님 나라를 꿈꾸는 그리스도 공동체의 일원으로 남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말하는 평신도의 자선 활동에 대한 가르침을 온 삶으로 살아내신 생생한 증거자”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대주교는 “형제님은 가난한 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신 예수님을 찾아 보자고 초대한다”며 “우리도 올 한해 희년을 마무리하며 각자 삶의 자리에서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을 만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에는 환주복지재단 이기호(요한) 이사와 이기철(요아킴) 등 유족이 함께해 고인을 기억하며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