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7일
교구/주교회의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특별기고] 교황청 신앙교리부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 바로 읽기(하)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11월 4일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Mater Populi Fidelis)’를 발표하고, “성모 마리아에게 ‘공동구속자’라는 호칭을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속자임을 강조했다. 본지는 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부서 국장 한현택(아우구스티노) 몬시뇰의 기고를 통해 공지의 주요 내용과 의미를 살펴보고, 성모님에 관한 표현과 성모신심이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바르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지난 호에서 계속>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가 ‘공동구속자’라는 호칭을 성모님께 붙이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가르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15세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 호칭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유일한 구원자"라는 신앙의 진리를 오해하게 만들 소지가 많은 호칭이다. 


물론 여러가지 신학적 설명을 덧붙이면 이 호칭을 성모님께 붙이는 것이 무조건적인 오류가 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는 하느님의 협력자(1코린 3,9)이고 성모님께서는 누구보다 하느님의 섭리에 깊이 협력하신 분이셨다. 성모영보 때에, 카나 혼인잔치에서 또 당신의 아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에 성모님께서는 믿음, 연민 그리고 인내로 하느님의 역사에 협력하셨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우리 역시 성모님과 같은 당신의 충실한 협력자가 되기를 바라신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당신 피조물의 협력을 바라신다는 것은 위대한 신앙의 신비이고, 그리스도교 은총론의 핵심이다.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의 맹목적인 꼭두각시가 되길 원하지 않으셨고, 당신 모상인 우리가 지성과 의지로 당신의 섭리에 충실한 인격적 협력자가 되길 바라신다.


“너 없이 너를 창조하신 분께서는 너 없이 너를 구원하지 않으신다.”(성 아우구스티노, 「설교집」 169,13) 따라서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의 가장 뛰어난 협력자라는 의미에서 구세사 안에서 성모님의 공동적 역할을 강조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성모님의 공동적 역할이라 함은 구원의 제 1원인이신 하느님의 은총과 섭리에 종속되는 제2원인으로서의 공동성이다. “하느님께서 모든 것에 대해 직접 섭리한다는 것에서 이러한 질서를 수행하는 제 2원인들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성 토마스 아퀴나스, 「신학대전」 1부 22문 3항)


그러나 모든 사람이 같은 관점과 정도의 신학적 지식이나 이해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공동구속자’라는 호칭을 널리 사용하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마치 성모님께서 유일한 구세주이신 예수님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또 다른 구속자와 같다는 오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공지의 다음의 문장을 읽으며 신앙교리부는 이 불필요하고 위험한 오해가 더 이상 커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앙의 표현이 수없이 많은 해석과 설명을 필요로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혼란을 낳을 뿐이며 신자들의 신앙에 유익하지 않다.”(22항)


또 이 공지가 신학적으로 무척 의미있다고 생각된 부분은, 은총의 전달과 분배에서 성모님의 협력은 다름 아닌 우리가 하느님의 은총을 잘 받을 수 있게 우리를 준비시켜 주시는 역할이라고 강조하는 부분이다.


충분한 신학적 이해없이 성모님을 “모든 은총의 분배자”라고 부르는 것은 그분을 신플라톤주의적 세계관에서 신의 세계와 피조물 세계 사이에 있으면서 영적 에너지나 축복을 분배하는 일종의 중간자적 존재와 같은 분으로 오해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그러나 성모님을 통하지 않고는 ‘하느님께서 은총을 주실 수 없다’거나 ‘하느님의 은총이 내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그릇된 것이다. 


모든 은총의 샘은 오직 성삼위 하느님이시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당신의 무한한 자유 안에서 모든 사람을 직접 만나실 수 있고 직접 그들에게 성인의 중재 없이 은총을 내리실 수 있다.


물론 하느님께서는 성모님의 전구를 통해 우리가 은총의 체험으로 준비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여기신다. 마치 예수님께서 성모님의 믿음과 순명으로 태어나셨고, 카나 혼인잔치에서 성모님의 전구로 그분의 첫 표징이 일어났으며, 또 오순절에 사도들이 성모님과 함께 기도할 때 성령께서 강림하셨듯이 말이다.


공지를 읽으며, 신앙교리부는 성모님의 전구가 하느님의 구원 섭리에서 적절성(convenientia)에 해당하는 문제이지 필수성(necessitas)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님을 명확하게 정리해 두고자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이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성모님의 구원사적 역할에 대한 가르침의 요체이기도 하다.


또 이 부분을 묵상하며 우리가 토요일에 성모님 기념미사를 봉헌하는 교회의 전통이 떠올랐다. 미사를 봉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성모님께서 주일이 상징하는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와의 만남으로 우리를 잘 준비시켜 주시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79항에서 성모님에 대한 민중의 신심이 널리 토착화된 나라 중 멕시코, 콩고, 이탈리아와 더불어 마치 아시아에서 성모신심을 대표하는 나라처럼 우리나라가 언급된 것이 반가웠다.


‘공지를 작성하신 분들은 얼마나 많은 우리나라 사람이 성모님을 공경하고 이를 통해 예수님을 가까이 만난다는 것을 이 멀리 로마에서 어떻게 아셨던 것일까?’ 하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 공지 전문 보기



글 _ 한현택 아우구스티노 몬시뇰(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부서 국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11-1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11. 17

1티모 4장 4절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은 다 좋은 것으로, 감사히 받기만 하면 거부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