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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인혁당 사건’ 51년 만에 추모사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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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가 4월 9일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 51년 만에 추모사를 발표, 교회가 “함께해야 할 고통 곁에 충분히 머물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조 대주교의 추모사는 경북 칠곡 현대공원 열사묘역에서 열린 ‘4·9통일열사 51주기 추모제’ 중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관홍(바오로) 신부의 대독으로 발표됐다.


추모사에서 조 대주교는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끌려가 생을 마감하신 그분들의 죽음은 단지 한 사건의 비극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깊이 새겨 놓았다”며 “우리는 이 일을 통해 ‘증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는다”고 밝혔다.


거짓과 침묵이 진실을 가릴 때에도 끝내 사라지지 않고 남는 것이 바로 ‘증거’라고 말한 조 대주교는 “이 사건을 기억하고 지켜온 수많은 신앙인들의 삶 속에 기도가 있었고, 증거가 있었음을 저는 알고 있다”며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유가족과 증거자들의 마음을 온전히 위로하기에는 우리의 기도와 말이 여전히 부족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조 대주교는 “침묵이 아니라 기억으로, 외면이 아니라 함께 머무는 것으로 그 증거를 이어가겠다”며 “증거의 삶이 우리 교회가 믿고 따르는 하느님의 정의를 이 세상에 드러내는 우리 교회의 존재 이유임을 다시 한번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은 1974년 중앙정보부가 유신 반대 투쟁을 벌였던 청년들을 “국가 전복을 꾀했다”며 조작하고, 이듬해 4월 이들 중 8명을 형확정 18시간 만에 사형 집행한 일을 말한다. 특히 희생자 중 4명이 대구·경북 출신이다. 법원은 사건 발생 32년만인 2007년 재심을 통해 사형 집행된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가톨릭교회 인사들이 개별적으로 진상규명 활동을 한 것과 별개로 대구대교구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추모사를 한 것은 51년 만에 처음이다.


다음은 추모사 전문.



4·9통일열사 51주기 추모제 추모사 오늘 저는 4·9통일열사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 기도는 한때의 기억이 아니라, 어제와 오늘,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에도 조용히 이어져야 할 우리의 기도입니다. 유신의 어두운 시간 속에서,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끌려가 생을 마감하신 그분들의 죽음은 단지 한 사건의 비극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깊이 새겨 놓았습니다. 세상은 이 일을 두고 법과 정의를 말하고, 인권을 논하며, 권력의 정당함을 묻습니다. 그러나 저와 우리 교회는 이 기억 앞에 조금 더 근본적이고, 조금 더 무거운 질문을 되새깁니다. 우리는 이 일을 통해 ‘증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습니다. 거짓이 진실의 자리를 대신할 때, 침묵이 진실을 가리는 방식이 될 때, 그 앞에서 끝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 그것이 증거입니다. 2007년, 우리 법원은 오랫동안 유죄로 묶여 있던 이름들을 풀어주었습니다. 그 판결의 문장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증거와 외침, 그리고 말해지지 못한 시간들이 함께 놓여 있었을 것입니다. 오랜 시간 견디며, 쉽게 사라지지 않는 고통을 붙들고 살아낸 이들의 증거가 마침내 하나의 문장으로 남았습니다. 저는 오늘, 그 증거의 시간을 함께 기억하고자 합니다. 교회 또한 이 세상 안에서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하느님을 증거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때로, 증거해야 할 자리에서 충분히 말하지 못했고, 함께해야 할 고통 곁에 충분히 머물지 못했습니다. 그 부족함을 오늘 이 자리에서 돌아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기억하고 지켜온 수많은 신앙인들의 삶 속에 기도가 있었고, 증거가 있었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은 자리에서 이어진 그 기도와 증거가 인혁당의 기억을 오늘까지 이끌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유가족과 증거자들의 마음을 온전히 위로하기에는 우리의 기도와 말이 여전히 부족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와 우리 교구는 다시 다짐합니다. 증거하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침묵이 아니라 기억으로, 외면이 아니라 함께 머무는 것으로 그 증거를 이어가겠다고 말입니다. 그러한 증거의 삶이 우리 교회가 믿고 따르는 하느님의 정의를 이 세상에 드러내는 우리 교회의 존재 이유임을 다시 한번 기억합니다. 이 자리에 함께하신 모든 분들의 삶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그 긴 시간 속에서 이어져 온 여러분들의 증거 위에 진심어린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 특별히 희생자 유가족분들에게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사랑이 오래오래 머물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4월 9일 4·9통일열사 51주기 추모제에서

천주교대구대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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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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