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구 고산본당(주임 홍훈표 이시도로 신부)이 올해부터 매달 ‘김대건길’ 플로깅(Plogging)을 전 신자 참여 행사로 마련하고, 환경보호와 세대 통합을 함께 실천하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김대건길’은 2012년 제주교구 6개 순례길 중 가장 먼저 열린 순례길로 고산성당에서 출발해 신창성당에 이르는 11.5km 코스다. 바다와 섬, 포구와 산이 있고 성 김대건 신부와 순교자들의 자취가 스며 있다.
하지만 해안가와 농지 주변 곳곳에 쌓인 쓰레기는 순례객들의 걸음을 불편하게 하고, 순례의 의미마저 흐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아왔다. 이에 본당은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신자들이 직접 순례길을 돌보는 플로깅을 기획했다. 처음에는 주일학교 활성화와 신자 간 친교를 위해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본당 전체가 함께하는 공동체 실천으로 확대됐다.
플로깅은 단순한 환경정화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청소년의 성장은 부모와 교사만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 전체가 함께해야 한다”는 인식이 더해지며 자연스럽게 세대 통합의 장으로 발전했다. 현재는 본당과 교구 일정을 피해 주로 매달 둘째 또는 셋째 주 토요일에 진행하고 있다.
전 신자가 참여하는 활동의 바탕에는 지난해 본당이 월 1회 운영한 ‘4·3 탐방’이 있었다. 고산 지역의 4·3 사건 현장과 4·3평화공원 등을 찾아 아픈 역사를 되새기고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배우는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농사일로 바쁜 어르신 신자들까지 적극 참여하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본당 활동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그 경험이 올해 순례길 플로깅으로 이어졌다.
플로깅 참여 신자들은 “함께 쓰레기를 치우는 가운데, 순례길을 걷는 이들에게 깨끗한 자연을 선사하고, 또 우리가 사는 곳을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다시 돌려드린다는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홍훈표 신부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해안 쓰레기를 치우던 때를 꼽았다. 한 부부가 조용히 쓰레기를 줍기 시작하자 다른 신자들도 하나둘 합류해 주변을 말끔히 정리해 냈다는 것이다. 홍 신부는 “쌓인 쓰레기양에도 놀랐지만, 함께 해낸 우리 모습에 더 감동했다”고 말했다.
본당은 플로깅 외에도 학생들이 어르신을 찾아가 함께 핸드크림과 립밤을 만드는 행사를 두 차례 진행했다. 학생들이 봉사자로 나서 어르신들과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였다.
홍 신부는 “하느님께서 만드시고 ‘보시니 좋았던’ 창조 세계를 그 모습으로 되돌리는 일, 그리고 그 안에서 토박이와 이주민, 노인과 학생이 함께 땀 흘리는 모습을 지역사회에 보여주는 것이 플로깅을 통해 그려보는 공동체의 모습”이라고 밝혔다.
본당은 앞으로 월 1회 김대건길 플로깅을 꾸준히 이어가고 분기마다 한 번씩 4·3 탐방도 병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