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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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이들의 벗’ 기리는 봄날의 꽃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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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5일 「유희언니」 첫 번째 북 콘서트가 서울에서 있었다. 유희 언니는 30년 넘게 거리에서 밥으로 노동자·장애인·세월호 참사 유가족·농민, 차별로 고통을 겪는 이들과 연대한 사람이다.

어느 해 12월의 마지막 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떡국과 어묵탕 나눔을 하면서 처음 유희 언니를 만났다. 언니는 활기찬 웃음과 함께 씩씩하게 ‘따뜻한 국물 드세요. 가래떡도 있어요. 맛있게 드세요!’라고 외치며 음식을 나눠줬다. 투쟁현장에는 이런 말이 전설처럼 있다. ‘유희 밥을 먹으면 승리한다.’

그런 유희 언니가 2024년 6월 18일 우리 곁을 떠났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더 많은 밥을 나눌 수 있을까를 늘 고민했던 언니는 자신의 밥을 챙기는 일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많은 일을 해낸 언니에게 췌장암이 찾아왔고, 1년 반 동안 투병을 위해 애쓰며 기도했다. 신앙심이 투철했던 언니는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소통했고, 그동안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했고 후회가 없다며 이제 하느님 곁으로 가도 여한이 없다고 말해줬다. 정작 남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러지 못했다. 어느 날 최규화라는 기자가 유희 언니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처음엔 언론을 통해 인터뷰가 몇 차례 나갈 거라고만 설명해줬는데, 내용이 쌓여 책이 돼 세상에 나온 것이다.

유희 언니가 있는 자리인데, 북 콘서트에 당연히 ‘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언니를 만나기 위해 찾아준 분들에게 따뜻한 밥을 대접하고 싶었다. 공간 특성상 간단한 주먹밥으로 밥상을 차리기로 했다.

언니는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을 너무 좋아했다. 현장에서 언니는 강철 같은 모습이었지만, 꽃을 보면 소녀처럼 좋아했다. 들꽃을 한 아름 따다 주면 해맑게 ‘너무 예쁘다, 고맙다’고 연거푸 말했다. 언니는 또 가슴에는 세월호 배지를, 손목에는 팔찌를, 목에는 목걸이를 걸고 늘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생각하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세월호 12주기를 하루 앞둔 4월 15일 밥 나눔이 시작되니 당연히 밥상에는 유가족을 향한 언니의 기도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니의 밥상을 꽃으로 수놓기 위해 많은 분이 애써주셨다. 지리산 실상사 농장에서는 유채꽃을 한 아름 꺾어주셨고, 양평의 영숙 언니는 진달래꽃과 머위·조팝꽃을 준비해줬다. 이밖에 제비꽃·곤달비 나물 등 전국에서 도착한 이들의 마음이 모여 「유희언니」 첫 북 콘서트에 참여한 사람들과 나누는 밥상이 됐다.

봄날의 꽃 밥상은 어려울 것 없다. 그저 밥을 뭉치고 그 위에 꽃을 올리면 된다. 잠깐 피고 지는 봄꽃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밥상이다. 누가 키우지 않아도 때 되면 나오는 이 강인한 생명력이란 얼마나 귀한지 모르겠다. 머위는 살짝 데쳐 쌈밥으로 된장과 함께 만들었다. 강황을 넣은 노란 주먹밥으로 세월호 리본을 만들고, 밥 위에는 진달래·유채·제비꽃이 올라가 사람들을 환영했다. 이 밥상을 차릴 수 있어 나도 기뻤다. 언니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웠다.

제비꽃은 성모님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꽃말은 성실과 겸손. 천연항생제라 불릴 만큼 효과가 좋고 비타민과 안토시아닌 같은 항산화 성분도 있다. 곤달비 나물은 씨를 뿌려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를 캐서 냉장 보관했다가 가을이면 다시 심는다. 키우는 정성과 과정이 큰 봄나물이다. 특히 관절에 좋다고 하니 제철인 요즘 자주 먹자. 쌉쌀한 맛을 지닌 머위는 살짝 데쳐서 쌈밥을 만들었다.

봄나물 특유의 쓴맛은 우리 몸에서 약이 된다. 미각 세포를 자극해 위액 분비를 촉진, 식욕을 돋우고 소화를 돕는다. 또 간 기능을 활성화해 해독 작용을 높인다. 강력한 항산화 성분과 혈액 순환도 돕는다. 입에 쓴 것이 몸에 좋다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산과 들의 봄나물이다. 유채꽃은 뼈 건강에 도움이 된다. 풍부한 칼슘과 무기질 덕분이다. 봄에 나는 꽃과 나물은 몸을 깨우는 전령이다.






레시피

재료

현미 쌀 4컵, 머위잎, 곤달비잎, 홑잎나물, 강황 가루, 진달래, 제비꽃, 유채꽃, 된장, 두부, 소금, 들기름, 참깨, 레몬즙, 다시마 1쪽(5x5㎝)



사전 준비

1. 현미 쌀은 씻어서 8시간 이상 불린다.
2. 머위잎, 곤달비잎은 씻어서 물기를 뺀다.
3. 제비꽃은 꽃술을 제거한다.
4. 소금 푼 연한 소금물에 꽃들을 10분간 담가둔다. 깨끗한 물에 헹군 후 물기를 뺀다.

소스 만들기
된장 소스 : 된장 3큰술, 들기름 1큰술, 두부 ¼을 넣고 섞어준다.
두부 소스 : 남은 두부와 들기름 2큰술, 레몬 반개(껍질째 씨는 빼고 간다), 소금 1작은술 넣어 곱게 간다.

조리 순서
1. 밥솥에 현미 쌀과 소금 1작은술, 강황 가루 2큰술. 다시마 한쪽 넣어 밥을 짓는다.
2. 냄비에 물을 올려 홑잎, 머위 순으로 삶아준다, 홑잎 나물은 30초, 머위는 1분간 데친다.
3. 홑잎 나물은 찬물에 헹군 후 물기 짜고 소금 약간, 들기름 1작은술 넣고 무친 후 쫑쫑 썬다.
4. 머위는 찬물에 헹군 후 잎을 펼쳐서 차곡차곡 쌓은 후 물기를 짠다.
5. 현미밥은 두 개로 나누어 한쪽은 홑잎 나물을 넣어 버무리고 한쪽은 들기름 1큰술 넣어 버무린다. 간을 보고 부족한 간은 소금을 추가한다.
6. 주먹밥을 만든다.
7. 홑잎 나물이 들어가지 않은 주먹밥은 머위로 감싼다. 위쪽에 칼집을 내서 된장 소스를 올려준다. 그 위에 제비꽃을 올린다.
8. 홑잎 나물이 들어간 주먹밥에 두부 소스 올리고 반은 진달래 꽃을 고깔처럼 씌워준다. 반은 유채꽃을 올린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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