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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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밥상] 마지막 인사길에 드리는 ‘추억이 입혀진 김밥’

<21>톳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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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날 하느님 곁으로 가신 한봉금 베로니카 자매님. 팀화요의 농사 스승이자 동료인 김현숙 농부님의 어머님이 지상에서의 삶을 마치셨다. 그토록 사랑했던 당신의 큰딸 품 안에서 주님 곁으로 떠나셨으니 슬픔 중에 다행이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밭에서 만나는 날이면 늘 풀을 매고 계셨다. 집에서 만나는 날은 늘 뭔가를 가지런히 썰고 계셨다. 기계도 없이, 비닐도 안 쓰고 그저 호미 한 자루에 의지한 채 농부의 길을 가고 있는 딸을 위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조력을 해주셨다.

화나거나 인상 쓰고 계신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다. 늘 미소 천사처럼 빙그레 웃으며 반겨주셨다. 허리가 굽어 잘 펴지지 않는데도 밭을 가지런히 정돈하시던 모습을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세월에 장사 없다고 어머니도 자꾸만 기력이 쇠해지셨다. 스스로 거동이 힘들어지시니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셨다.

작년 모내기를 준비할 때 농부님이 휠체어에 엄마를 모시고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 못줄을 준비하는 우리를 보러 오셨다. 어머니가 내려오셨단 소식에 ‘막걸리 할머니’가 득달같이 달려오셨다. 두 어르신이 서로 안타까운 시선을 나누며 건강하라는 당부로 헤어지셨다. 그날 어버이날 선물 받으신 고운 신을 신고 나오셨던 봉금 여사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목요일 매장 공사 현장에서 봉금 여사님의 부고 를 받았다. 일을 마치고 장례식장으로 가니 팀화요 자매들이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봉금 여사님 영전에는 봉금의 뜰에서 해마다 꽃 피우는 수레국화와 캐모마일(카밀러)이 올라와 있었다. 그토록 사랑하고 좋아하신 꽃들이 함께 있으니 참 좋으시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요양원에 계실 때 한 번도 못 찾아뵌 게 무척 죄송했다. 늘 단정하시고 미소를 띠고 있던 자신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으신다는 말에 찾아뵐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별이 이렇게 빨리 올 거라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했다. 인사드리며 눈물이 났던 이유인가 보다.

어버이날이나 절기 음식을 먹는 시절에 가끔 팀화요가 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밥을 모셨다. 한번은 비싼 소고기로 서양식 찜이 메인인 상차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날 서울에서 ‘다정한마음’이라는 김밥집을 하는 다정이 김밥을 싸왔다. 어르신들은 김밥이 맛있다며 좋아하셨다. 그 비싼 소고기찜 요리는 낯선 음식이었고 김밥은 친근하지만, 집에서 싸기는 번거로우니, 아마도 김밥이 어르신들께는 반가운 음식이었나 보다. 다정이 김밥을 싸오는 날이면 봉금 여사님 몫으로 꼭 한 줄을 더 챙겨오곤 했다. 다정의 김밥은 팀화요 자매들의 엄마들이 다 사랑한 맛이다.

오전에 교육이 있고 다시 공사 현장에 들렀다가 오다 보니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장례식장에 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그사이 제주에서 다정이 장례식장에 다녀갔다.

다정이 다녀가며 남긴 글이다. “저 여사님께 마지막 인사드리고 갑니다. 자애로운 미소가 담긴 사진이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정말 제 인사를 받아주시는 것 같았어요. 사실 우리 막걸리 할머님댁에서 ‘미미회’ 하던 날 제가 농부님 몰래 여사님 김밥 대신 먹어드렸어요. 그날 주고받았던 얼굴이 오래오래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글을 읽으며 미미회 날이 떠올랐다. 첫 벼농사를 마치고 막걸리 할머니 댁에 모여 여덟 가지 쌀 품종의 밥을 지어 맛보기로 하고 이름을 미미회라고 지었다. 그날도 다정은 김밥을 싸왔다. 토종 쌀밥의 위력 앞에서도 다정의 김밥은 힘이 셌다.

팀화요의 성신님은 농부님 밭의 모든 작물을 예쁘게 손질하고 시들지 않게 정돈해 봉금 여사님의 영전에 올려드렸다. 엄 셰프님은 캐모마일 꽃을 한 아름 안겨드리고, 건희님은 좋은 향으로 봉금 여사님과 가족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오 피디님은 2021년에 기록한 짧은 자서전 영상을 준비해 모두 함께 봉금 여사님의 건강했던 모습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었다.

봉금 여사님 가시는 길에 팀화요의 다정한 인사가 이어져 든든한 마음이다. 오늘은 김밥을 싸서 마지막 가시는 길에 올려드려야겠다. 김밥에 추억이 입혀진 봄날이다. 김밥 들고 마지막 인사드리러 가야겠다.


레시피

재료

톳, 양배추 사워크라우트, 삼잎국화나물, 두부, 소금, 들기름, 김





사전 준비

1. 톳을 손질해 데친다.

2. 삼잎국화나물을 데친다.



조리 순서

1. 톳 500g, 간장 2큰술, 조청 3큰술 넣고 물기 없이 조린다.

2. 삼잎국화나물은 소금, 들기름 넣고 무친다.

3. 두부는 프라이팬에 올려 소금 1작은술, 울금(강황) 가루 2큰술 넣고 물기를 날리며 볶아준다.

4. 밥에 소금, 들기름으로 밑간한다.

5. 김 위에 밥, 삼잎국화나물, 두부, 양배추, 톳 듬뿍 올려서 김밥을 만다.

6. 썰어서 접시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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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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