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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호르무즈 파병 동의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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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정부가 검토 중인 호르무즈 해협 국군·군사 자산 파견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평위는 9월 14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을 맞아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입장’을 발표하고, “정부와 국회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추진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평위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지키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그러하기에 군사력 투입은 더욱 신중해야 하며 모든 외교적·평화적 수단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국가의 정당한 방위권을 인정하면서도 무력 사용에는 엄격한 도덕적 조건을 요구하고 있음을 상기했다. 다른 모든 평화적 수단이 효과가 없다고 드러난 경우 등에 한해 무력 사용이 허용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전쟁을 피하기 위하여 모든 시민과 정부가 노력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정평위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모든 전쟁은 그 이전보다 훨씬 나쁜 세상을 남겨 놓습니다”라고 경고한 사실과 레오 14세 교황이 최근 중동의 무력 충돌과 관련해 휴전과 대화, 외교와 협상을 거듭 촉구한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대한민국의 군사력이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돼야 할 만큼 모든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수단을 검토했는가”라고 물었다. 또 파병이 갈등을 완화하기보다 무력 대결과 보복의 악순환을 초래하거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새로운 위험에 노출할 가능성도 충분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전투 임무나 항행 안전 지원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무력 충돌 지역에 군사 자산과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가볍게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평위는 “평화를 이루는 수단은 그 목적만큼이나 평화로워야 하며, 선한 목적이 모든 군사적 수단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정평위는 정부와 국회가 군사적 대응보다 당사국 간 휴전과 대화, 국제기구를 통한 중재와 외교적 해결에 역량을 집중해 줄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위한 외교적 보호와 민간 선박 안전 지원, 국제적 해상 안전 협력 등 비군사적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전쟁으로 고통받는 중동 민간인을 위한 인도적 지원과 평화 구축에도 적극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평위는 예수가 무력으로 자신을 지키려던 제자에게 한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마태 26,52)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쟁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선택이 아니라 전쟁을 멈추게 하는 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입장 전문.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마태 26,52)


-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입장 - 최근 우리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과 국제적 협력을 이유로 국군과 군사 자산의 파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중요합니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세계 평화와 공동선을 위하여 책임 있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합니다. 그러하기에 군사력 투입은 더욱 신중해야 하며, 모든 외교적·평화적 수단보다 앞서서는 안 됩니다. 가톨릭 교회는 국가의 정당한 방위권을 인정하면서도, 무력 사용은 엄격한 도덕적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곧 군사력을 통한 방위는 피해가 확실할 때에만, 다른 모든 평화적 수단이 효과가 없다고 드러날 때에만, 무력 사용으로 생겨날 악이 제거하려는 악보다 더 크지 않을 때에만 허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전쟁을 피하기 위하여 모든 시민과 정부가 노력할 의무’가 있습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307-2309항 참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또한 군인은 ‘국민의 안전과 자유를 위한 봉사자’이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사목 헌장, 79항 참조).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이를 거듭 강조하시며 군사적 행위는 정당한 방위를 위한 것이어야 하고 생명과 국제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전쟁은 그 이전보다 훨씬 나쁜 세상을 남겨 놓습니다.”(「모든 형제들」, 261항)라고 경고하시며, 군비 경쟁이 아니라 군축과 대화를 통하여 평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호소하셨습니다. 레오 14세 교황께서도 이러한 가르침을 강조하셨습니다. 중동의 무력 충돌 앞에서 “폭력은 결코 사람들이 기다리는 정의와 안정과 평화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며 휴전과 대화, 외교와 협상을 거듭 촉구하셨습니다. 또한 “만납시다. 대화합시다. 협상합시다. 전쟁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호소하시며, 세계 지도자들이 재무장과 죽음을 계획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화와 중재의 식탁”에 앉을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에 비추어 성찰하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군사력이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되어야 할 만큼 모든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수단을 검토하였습니까? 호르무즈 파병이 갈등을 완화하기보다 무력 대결과 보복의 악순환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충분히 검토하였습니까? 호르무즈 파병이 과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더욱 보장하는지, 오히려 새로운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은 아닌지 엄중하게 살펴보았습니까? 비전투 임무나 항행 안전 지원을 목적으로 파병한다고 하더라도 무력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에 군사 자산과 병력을 투입하는 일은 결코 가벼운 결정이 아닙니다. 평화를 이루는 수단은 그 목적만큼이나 평화로워야 하며, 선한 목적이 모든 군사적 수단을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부와 국회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추진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역량이 당사국 사이의 휴전과 대화, 국제기구를 통한 중재와 외교적 해결에 집중되기를 촉구합니다.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위하여 필요한 보호 조치를 마련하되 외교적 보호, 민간 선박 안전 지원, 국제적 해상 안전 협력 등 비군사적 방안을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아울러 전쟁으로 고통받는 중동의 민간인을 위한 인도적 지원과 평화 구축에도 적극 참여하기를 요청합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우리나라가 “국제 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제5조 제1항)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그리스도인이 고백하는 평화의 복음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무력으로 당신을 지키려던 제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마태 26,52).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쟁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선택이 아니라, 전쟁을 멈추게 하는 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선택입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무력 충돌에 개입하는 나라가 아니라 평화를 중재하고 생명을 보호하는 나라임을 천명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무기의 힘보다 외교와 대화의 힘을 신뢰하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다음의 성경 구절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민족이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이사 2,4 참조). 2026년 9월 14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 주 영 주교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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