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군사적 개입보다 외교와 대화, 중재와 협상의 길을 선택할 것을 촉구했다.
사제단은 9월 16일 발표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반대하며’ 제목의 성명에서 “세계 여러 지역에 크고 작은 전쟁이 이어지는 위급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정부는 파병 검토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사람에게 순종하기보다 하느님께 순종해야 한다”(사도 5,29)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며,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이 보여준 신앙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어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면서도 “국가가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쟁을 막기 위해 군대를 보내야 하는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어야 하는가”라고 질문하며 “군사적 개입을 검토하기 전에 외교와 대화, 중재와 협상의 길을 끝까지 찾아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파병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희생도 언급했다. 사제단은 “파병이 결정된다면 누군가는 가족을 떠나야 하고, 누군가는 총을 들어야 한다”며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카드가 아니라 이름과 얼굴을 가진 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곳의 젊은이와 아이, 노인과 민간인도 오늘을 살고 내일을 꿈꾸는 하느님의 자녀”라고 밝혔다.
또 “파병 반대는 군인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전쟁에 대한 반대”라며 “군사적 선택을 말하기 전에 평화를 위한 다른 길을 끝까지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한미 동맹과 관련해서도 “동맹은 소중하지만 우리의 판단과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우리 군대를 어디에, 왜, 어떤 목적으로 보낼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정부를 향해 “전쟁을 멈추고 군사적 긴장을 더 이상 키우지 말라”고 요구하는 한편, 한국 정부에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를 중단하고 군사적 개입보다 외교와 대화, 중재와 협상의 길을 선택하라”고 촉구했다.
사제단은 성명 말미에 “국가는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안보도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동맹도 평화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며 “사람이 국가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순간 국가가 지켜야 할 이유도 무너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순교자들의 피로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이 땅의 교회가 생명을 위협하는 전쟁 앞에서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전쟁의 논리보다 생명의 가치를, 무력의 길보다 평화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