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4일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에서 발전 5개사 및 노동조합과 함께 발전공기업 통합방안에 대한 간담회를 주재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기후부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발전 공기업 5개사가 내년 10월 1일 주식회사 한국발전(가칭)으로 통합 출범한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분할된 지 26년 만이다. 정부는 5개사에 흩어진 인력과 자본을 결집해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다만 통합본사 소재지와 인력 운용, 재생에너지 투자 재원 등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발전 공기업 통합방안 간담회'를 열고 발전 5사를 통합해 한전의 100 자회사인 (주)한국발전을 설립하는 방안과 향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간담회에는 발전 5사 경영진과 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간담회에 앞서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석탄발전을 그만 쓰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지만 그동안 속도가 느렸다"며 "발전 5사의 결단 덕분에 이제사 첫발을 떼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발전 5사 체제에서 연료 조달과 연구개발 등 업무가 중복되고 해외사업 입찰 과정에서 불필요한 경쟁이 벌어지는 등 비효율이 누적됐다고 판단했다. 지난 2월부터 진행한 연구용역에서도 1개사 통합과 권역별 2개사, 통합 지주회사 등 세 가지 방안 가운데 구조개편 효과가 가장 큰 1개사 통합이 추진됐다.
현재 발전 5사의 임직원은 1만 3659명, 보유 발전설비는 53.1GW 규모다. 통합회사는 설비용량 기준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세계 8위, 중국 기업을 포함하면 세계 14위 규모의 발전기업이 된다는 게 기후부 설명이다. 다만 전체 설비 가운데 석탄발전이 32.1GW, 액화천연가스 발전이 18.7GW인 데 비해 재생에너지 설비는 1.9GW에 그친다. 정부는 5개사에 분산된 자본과 인력을 결집해 해상풍력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을 체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통합본사 소재지 미정…본사 새로 지어야
통합회사는 재생에너지본부와 정의로운전환본부, 안전기술본부, 기획관리본부 등 4개 본부로 구성된다.
현재 '5사장·5감사·10상임이사' 체계는 '1사장·1감사·4상임이사' 체계로 바뀐다.
통합본사의 소재지는 미정이다. 현재 발전 5사의 본사는 경남 진주와 충남 보령·태안, 부산, 울산에 각각 자리 잡고 있다. 기존 본사 건물은 각각 약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1800여 명이 근무할 통합본사를 한곳에 수용하기 어려워 새로운 본사 건물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기존 발전사 본사가 있는 5개 지역이나 제3의 지역에 통합본사를 새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후부는 "현재 주요 전력 공기업의 위치와 정의로운 전환의 영향, 정주·근무 여건 등을 고려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과 연계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노사정 대표들과의 협의와 2차 공공기업 이전 계획을 연계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31개 지역 화력발전본부와 소속 인력 1만1천여 명은 발전소의 안정적인 운영과 현장 안전을 고려해 현행 체계를 유지한다. 향후 석탄발전소가 폐지·전환되면 정의로운 전환 원칙에 따라 인력을 재배치하고, 필요할 경우 지역재생에너지본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인력 돌려막기' 우려…"하청 노동자는 논의서 빠져"
노동계와 발전사 경영진은 인위적인 감축이 없더라도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며 별도의 정원과 인건비 지원을 요구했다.
최철호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통합 발전공기업이 해상풍력과 재생에너지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려면 기존 발전소를 안전하게 운영할 인력과 신사업 개발 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정원과 총인건비를 현재 수준으로 묶어 놓으면 결국 '인력 돌려막기'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전환을 위한 특별정원과 총인건비 특례를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영조 한국중부발전 사장도 "구성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인력 감축과 같은 인위적인 인력 조정 없이 고용안정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무지나 인사 이동에 대해서는 충분한 의견 수렴에 있어서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둘러싼 우려도 나왔다. 제용순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앞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때 발생하는 재정적 부담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가 가장 큰 문제"라며 "한전 부채가 이미 200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통합 이후 재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전 5사의 협력사와 자회사 하청 노동자에 대한 고용대책이 통합방안에서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노조 관계자는 "발전 5사의 자회사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안정 방안과 논의가 중단된 한전산업개발 공영화 문제가 이번 통합 과정에서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후부는 "한전산업개발 경영진과 한전 경영진이 해당 문제를 두고 소통해 왔으며 앞으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거대 공기업이 출범하면서 민간 재생에너지 사업자를 압박하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석탄발전을 계속 유지하는 상황이라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는 우려가 타당할 수 있지만, 지금은 52기의 석탄발전기가 연차적으로 폐지되는 상황"이라며 "한국발전은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위한 회사가 아니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통합기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