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 수도회가 마련한 밥상에 불교의 음식이 올랐다. 밥상을 찾은 이들에게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한 끼의 따뜻함을 건넸다.
9월 1일 서울 대학로 인근 ‘청년밥상문간.’ 저녁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자 청년과 직장인, 동네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익숙한 듯 자리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로 이날은 조금 특별한 음식이 준비되고 있었다. 서울 성북동 수월암 주지 혜범스님이 만든 사찰음식이었다.
글라렛선교수도회가 설립한 청년밥상문간사회적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의 핵심 사업인 ‘청년밥상문간’은 2024년 11월부터 슬로우 대학로점에서 두 달에 한 번 ‘사찰음식 스페셜데이’를 열고 있다. 수도회가 설립한 공간에 스님을 초대해 사찰음식을 나누는 자리다. 종교는 다르지만, 한 끼 식사를 통해 이웃을 만나고 마음을 나눈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이날 혜범스님은 사찰음식으로 떡볶이와 주먹밥을 만들었다. 평소 청년밥상문간은 김치찌개를 단일 메뉴로 제공하지만, 이날만큼은 사찰음식이 식탁에 올랐다. 대학가 인근 ‘김치찌개 맛집’으로 알고 찾아온 이들에게는 예상하지 못한 만남이었다.

고승연 씨는 “교수님께서 김치찌개 맛집이라고 알려주셔서 오늘 처음 왔는데, 특별히 사찰음식을 처음으로 맛볼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며 “몸에도 건강하면서 속도 편하고 든든한 느낌이 들어서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혜범스님과 청년밥상문간의 인연은 스님이 이문수(가브리엘·글라렛선교수도회) 신부에게 사찰음식 나눔을 먼저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평소 접하기 어려운 사찰음식을 맛보고 경험할 기회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사찰음식 장인 1급을 취득하고 여러 사찰에서 사찰음식 강의를 이어 오고 있는 혜범스님은 “종교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음식으로 똑같이 맛있고 행복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사찰음식을 만드는 마음가짐으로 ‘청정·유연·요법’을 꼽았다. 음식과 음식을 다루는 사람이 깨끗해야 하고, 조리법과 재료를 선택할 때 한곳에 치우치거나 고집을 피워서는 안 되며, 부처님의 가르침과 교법에 맞게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사찰음식에는 수행자의 마음이 담긴다. 혜범스님은 “보통 요리에는 레시피가 있고 그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 경향이 있지만, 수행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고자 한다”며 “승려가 섭취하지 않도록 정해진 파·마늘·달래·부추·흥거 등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음식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청년밥상문간 담당 이태균 팀장은 “종교를 넘어 함께 협력하며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다른 종교와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