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국에서도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가 고유 전례문으로 곳곳에서 처음 봉헌됐다. 2025년 레오 14세 교황께서 고유 전례문과 독서를 사용한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Missa pro custodia creationis)’를 거행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잔잔한 기쁨과 함께 안도감마저 밀려왔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창조질서를 보전하려는 의식이 일부 활동가들만의 몸부림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의 전례로까지 강조된다는 교회의 공식적인 선포였기 때문이다. 비록 선택사항의 미사이긴 해도 말이다.
지금까지 미사에 참여하면서 그날의 주제에 맞는 고유 전례문이 바쳐지는지에 대해 이렇게 조바심을 내며 기다려보기는 처음이다. 심지어 9월호 매일미사 책에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 고유 기도문이 어디에도 없어서 내심 서운하기까지 했었다.
그래서인지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에서 주관해 서울 명동 파밀리아 채플에서 거행한 이날 미사의 고유기도문인 본기도, 예물기도, 영성체 후 기도 속에 담긴 의미가 더욱 간절하고 깊게 느껴져 함께 나눈다.
‘아버지, 모든 피조물의 맏이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만물을 창조하셨으니 저희가 생명의 숨이신 성령께 순종하며 아버지의 손으로 지으신 작품들을 사랑으로 돌보게 하소서.’
‘아버지, 이 땅에서 저희 손으로 거둔 열매를 받으시어 그 안에서 아버지의 창조 사업을 완성하시고 성령으로 변화되어 저희에게 영원한 생명의 양식과 음료가 되게 하소서.’
‘아버지, 저희가 받아 모신 이 일치의 성사로 형제들이 아버지와 더 깊은 친교를 이루어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며 모든 피조물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게 하소서.’
위의 기도문과 같이 모든 피조물 곧 아버지의 손으로 지으신 작품들을 돌보려면 피조물의 의미를 먼저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피조물이 하느님께서 쓰신 책이고 계시(12항, 85항)이며, 하느님 현존의 자리(88항)라고 한다.
이를 알아들으려면 시간을 할애하여 피조물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즉 ‘믿는 이들에게 피조물에 관한 관상은 메시지를 듣고, 역설적인 무언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것‘(85항)이다.
작은 체험을 나누고 싶다. 생태영성피정을 진행할 때였다.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 길에 깔린 자갈을 관상한 후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주위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돌처럼 하느님도 항상 저희 곁에 계신 것 같아서요.” 그 순간 나는 개구쟁이 아이도 자연을 관상하며 순식간에 깊은 영성가가 되는 것을 보았다.
또 어느 성인 피정자는 “하느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 먼저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을 염두에 두고 그것을 보고 듣고, 냄새 맡으라고 인간에게 눈, 귀, 코, 입을 주신 것 같다”고 했다. 이번에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러고 보니 성경 속 하느님도 대부분 구름, 불, 바다 등 피조물과 함께 나타나 인간과의 역사를 이루신다. 예수님도 십자가 나무라는 피조물에 못 박혀 그의 사명을 완성하시지 않았는가! 마치 하느님도 피조물 없이는 당신의 일을 안 할 작정이신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피조물의 가치를 제대로 존중할 때 인간다움도 더 성장한다고 본다.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은 우리가 피조물을 돌보며 기도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하느님의 명령대로 피조물이 우리를 얼마나 보호해왔는지를 감사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런 마음으로 지구촌의 모든 그리스도교가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부터 10월 4일까지 함께 기념하는 창조시기 한 달 만이라도 뜻을 모아 기도하고 삶의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하면 좋겠다. 이것이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피조물의 탄식(로마 8,19 참조)에 조금이라도 응답하는 것이 아닐까?

글 _ 문점숙 마리루치아 수녀(노틀담 수녀회, 서울 노틀담 피정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