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교회의 대표 교리서인 「로마 교리서」가 460여 년 만에 우리말로 완역됐다. 트렌토공의회 이후 4세기 넘게 교회의 교리교육을 이끌어 온 책을 우리말로 직접 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원가톨릭대학교는 9월 17일 교내 하상관에서 「로마 교리서」 한국어판(트렌토공의회 교부들 지음/황치헌 옮김/1504쪽/5만5000원/수원가톨릭대학교출판부)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열었다. 번역을 맡은 황치헌 신부(요셉·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연구위원)는 이날 책이 탄생한 역사와 내용, 한국어판 출간이 지닌 의미를 소개했다.
트렌토공의회(1545~1563) 교부들이 작성한 「로마 교리서」는 16세기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사제들이 신자들을 가르치는 데 사용해 온 공식 교리서다. 1992년 「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반포되기 전까지 4세기 동안 가장 권위있는 가톨릭 교리 해설서로도 인정받아 왔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 책을 “선조들로부터 전해 내려온 그리스도교 교리와 신학을 집대성하여 제시하는 매우 뛰어난 저작”으로 평가한 바 있다.
황 신부는 “트렌토공의회의 교령에 따라 매우 이른 시기에 설립된 밀라노 신학교에서는 신학생들이 배워야 할 교재 가운데 하나로 「로마 교리서」를 사용했다”며 “‘그렇다면 이 책은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신학생들에게도 소개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번역을 결심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황 신부는 「로마 교리서」를 이해하는 핵심 가운데 하나로 ‘구성’을 꼽았다. 책은 신경, 성사, 십계명, 주님의 기도 순으로 교리를 설명한다. 황 신부는 “성사를 십계명보다 앞에 둔 데는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앞서 하느님의 구원 행위와 은총이 먼저 주어진다는 신앙의 흐름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신학을 일상의 비유로 아름답게 풀어낸 점도 특징으로 꼽았다. 황 신부는 “성모 마리아의 평생 동정성을 햇살이 유리를 통과하면서도 유리를 손상시키지 않는 모습에 빗대는 등 성경과 교부들의 가르침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설명한다”며 “특히 주님의 기도에 관한 부분은 교리서라기보다 영성 서적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한국어판의 의미는 한국교회 신앙의 뿌리로 직접 거슬러 올라갈 길을 열었다는 데 있다. 초기 한국교회 신자들은 「천주실의」를 비롯한 한역 서학서와 교리서를 통해 신앙을 받아들였다.
황 신부는 “정약종의 「주교요지」에 나타나는 교리 표현에서도 「로마 교리서」의 가르침이 중국의 한역 교리서를 거쳐 조선 신자들에게 이어진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며 “어떻게 보면 「로마 교리서」는 한국 천주교의 태동을 가능하게 한 원천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황 신부는 “460년 전 이 책이 새로운 시대의 교리 교육을 위한 출발점이 되었듯이, 2026년 한국어판도 「로마 교리서」를 다시 읽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신앙을 더 깊고 풍요롭게 가르치고, 신자들은 더욱 풍요롭게 신앙을 배우고 돈독히 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가톨릭대 총장 한민택(바오로) 신부는 축사를 통해 “오랫동안 교회사 연구와 번역 작업에 매진하며 한국교회의 중요한 자료를 꾸준히 소개해 온 신부님께 감사드린다”며 “이번 완역은 한국교회와 보편교회의 전통을 잇는 뜻깊은 작업이며, 이를 계기로 한국교회와 수원교구, 수원가톨릭대학교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