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애가 낳은 기적 ‘흥남철수작전’의 주인공인 하느님의 종 마리너스 수사(1914~2001) 후손들이 한국을 찾아 “한국인들이 마리너스 수사를 겸손하고 선한 신앙인으로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마리너스 수사의 조카 증손녀인 맥신 마리 위슬러(27) 씨와 남동생 조나단 몽고메리 위슬러(22) 씨가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해 국가보훈부가 마련한 행사 참석을 위해 9월 12일부터 19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다. 국가보훈부는 위슬러 남매를 비롯해 6·25전쟁 참전용사와 유가족 등 60여 명을 초청했다.
마리너스 수사는 6·25전쟁 당시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 선장이었던 레너드 라루다. 그는 1950년 12월 23일 승선 정원이 60명가량에 불과한 배에 한국인 피란민 1만4000명을 태우고 흥남을 떠나 사흘 뒤인 주님 성탄 대축일, 거제도에 무사히 도착했다. 항해 중 다섯 명의 아기까지 태어난 이 사건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렸다.
라루 선장은 이후 22년간의 해상 생활을 접고 1954년 미국 뉴저지주 뉴튼 성 베네딕도회 성 바오로 수도원에 입회해 마리너스 수사가 됐다. 성물방 문지기와 수도원 종지기로 묵묵히 봉사하며 기도와 수도생활에 힘쓰다 2001년 10월 14일 선종했다. 그는 생전 흥남철수작전을 떠올리며 “하느님의 손길이 배의 키를 잡고 계셨다는 명확한 메시지가 제게 왔다”고 회고했다.
위슬러 씨는 “수사님은 제가 아주 어릴 때 돌아가셨지만 할머니와 어머니, 친척들로부터 늘 온화하고 친절했으며 주변 사람들을 깊이 사랑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고 말했다. 마리너스 수사의 고향인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가톨릭 신앙 안에서 성장한 그는 현재 보스턴 서퍽대학교 로스쿨에 재학 중이다.
처음 한국을 찾은 위슬러 씨는 무엇보다 한국인들이 지금까지 마리너스 수사님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수사님에게 보내는 커다란 존경에 놀랐다”며 “가족을 대표해 한국에 올 수 있었던 영광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리너스 수사의 시복시성도 추진되고 있다. 미국교회에서는 싱클레어 위브르 신부가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위슬러 가족도 생전 기록과 유품을 교회에 기증하고 가족들의 증언을 제공하는 등 적극 협력하고 있다.
위슬러 씨는 한국에서 마리너스 수사의 삶이 영화와 문학, 오페라 등으로 재조명되는 데에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미국에서도 해운계와 군, 가톨릭 공동체를 중심으로 그의 헌신을 기억하고 있으며, 특별히 매년 성탄 시기가 되면 필라델피아 지역 신문과 TV에서 마리너스 수사가 ‘메러디스 빅토리호’ 선장으로서 실천한 인류애를 다루는 기사와 방송이 나오곤 한다고 밝혔다. 올해 12월 17일에는 뉴욕주 롱아일랜드 해양박물관에서 마리너스 수사와 메러디스 빅토리호, 흥남철수작전을 주제로 한 전시도 열릴 예정이다.
위슬러 씨는 “우리 가족은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고 수많은 한국인의 생명을 구한 수사님에게 깊은 감명을 받는다”며 “한국인들도 수사님을 겸손하고 선한 사람, 참된 신앙의 본보기로 오래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