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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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소년원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에페 2,10)

유정수 신부(수원교구 교정사목위원회 부위원장, cbck 한국가톨릭교정사목전국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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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사목자로서 구치소와 교도소뿐만 아니라 매주 소년원도 방문합니다. 제가 가는 곳은 법무부 소속 소년 보호기관인 안양소년원(정심여자중고등학교)입니다. 소년원은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촉법소년·범죄소년·우범소년)이 입원하는 시설로, 소년교도소와는 다른 곳입니다. 법률상 소년원이라고 쓰지만, 소년(남)과 소녀(여)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이곳에는 대략 100여 명의 여자 원생들이 지냅니다.

방문할 때마다 “이 어린 친구들이 왜 여기에까지 오게 됐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 보면, 단순한 개인 의지와 도덕성 결핍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물론 기질적으로 충동 조절이 어렵거나, 올바른 관계 맺기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도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먹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만약 이들이 따뜻하고 건강한 가정에서 자라났다면 이곳에 올 가능성이 훨씬 낮았을 거란 사실입니다. 무너진 가정, 반복된 방임과 학대, 가난, 혹은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 속에 휘말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들이 퇴원 이후 돌아갈 환경조차 마땅치 않다는 사실은 더욱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토요일 오후, 아이들은 잠시나마 긴장을 내려놓습니다. 성가와 기도가 울려 퍼지는 공간에서 진지하게 미사와 교리, 성경 공부에 참여하고, 찬양 속에서 마음을 열어갑니다. 미술과 원예활동에서는 말로 꺼내지 못한 감정을 그림과 꽃에 담아내고, 간식을 나눌 때면 작은 미소가 번져 나옵니다. 저는 이들이 스스로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기를 바라며 정성껏 준비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빛나야 할 시기임을 아는 사목자로서 마음가짐을 가볍게 가질 수 없습니다. 소년법은 ‘응징’보다는 ‘회복의 가능성’을 믿는 제도입니다. 교정사목 역시 같은 마음으로 동행합니다. 무엇보다 법과 제도가 미처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언제나 노력할 것입니다.

유정수 신부(수원교구 교정사목위원회 부위원장, cbck 한국가톨릭교정사목전국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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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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