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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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나이는 단순한 숫자 아니라 삶의 가격표이다

한정란 (베로니카, 한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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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연극계의 거목 전성환 배우가 향년 85세로 별세했다.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기에 이름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2003년 우리 사회를 강타한 통신회사 광고 속 ‘늦깎이 대학생’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그 광고 카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중·노년층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젊은 세대에게는 연령차별에 대한 경고를 던졌다. 그리고 이 문장은 지금까지도 널리 회자하고 있다.

하지만 광고는 광고일 뿐 나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나이는 우리가 살아온 시간의 총량이며, 그 시간 속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삶의 결실이다. “나이야, 가라”는 외침으로 지워버릴 수 있는 숫자가 아니라, 되새기고 기억해야 할 우리 존재의 가치다.

나이를 무의미한 기호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결국 자신이 삶에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을 헛되이 만드는 일이다. 인간은 짐승과 달리 삶을 계획하고 반추하는 존재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고, 살아낸 뒤에는 다시 그 시간의 의미를 곱씹는다. 그래서 나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인생의 가격표라 할 수 있다.

새해 아침, 우리는 떡국 한 그릇과 함께 한 살의 나이를 먹는다. 떡국에 쓰인 재료, 식당의 위치, 셰프의 명성에 따라 떡국 가격이 달라지듯 우리 나이도 삶에 들인 정성과 노력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 여러분의 나잇값은 얼마인가? 최근에는 나이를 지하철 호선에 빗대어 5호선·6호선·7호선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나이는 단순한 노선의 차이가 아니다. 앞자리 숫자가 바뀔수록 경험은 깊어지고, 지혜는 쌓인다. 50대보다 60대가, 60대보다 70대가 더 무거운 가치를 지니며, 나이는 갈수록 더 귀하고 중요해진다.

나이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인 인생의 시간을 지불한 대가로 얻은 것이다. 따라서 나이는 그 선물을 얼마나 귀히 여기며, 얼마나 열심히 살아냈는지를 증명하는 각자의 가격표다. 그러므로 나이를 잊거나 의미 없는 숫자라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모든 나이에는 그에 맞는 생각의 깊이, 역할과 태도, 행동이 있으며, 그것이 바로 ‘나잇값’이다.

마태오 복음 25장 탈렌트 비유는 하느님께 받은 삶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잘 가르쳐준다. 각자에게 나누어준 탈렌트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심판하시는 것처럼 인생의 시간을 얼마나 의미 있게 사용했는지가 최종 심판의 기준이 될 것이다. 받은 탈렌트를 땅에 묻어 책망받았던 어리석은 종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주님이 주신 나이의 기회를 의미 있게 활용해야 한다. 나이가 많든 적든 불평하거나 탓하지 말고, 각자의 나이에 맞는 나잇값으로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을 돌려드려야 할 것이다.



한정란 베로니카(한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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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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