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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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미식회] 무심코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 기후위기로 돌아온다

내일의 지구를 생각한다면 오늘은 ‘냉장고 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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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여는 만찬. 탐욕으로 채운 우리 집 냉장고는 식재료의 무덤이 된 지 오래다. 마트와 편의점에서 팔리지 못한 식품들은 또 어떻게 버려지는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작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은 얼마나 될까. 전 세계 식량의 3분의 1이 먹지도 않고 버려진다. 그러는 사이 음식물 쓰레기는 지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cpbc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은 지난 4~8월 약 5개월에 걸쳐 가정 냉장고부터 편의점과 마트·시장·농가 등을 취재했다. 주변 곳곳에서 발생하는 ‘먹지 않고 버려지는 음식물’ 실태를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한 채 매일 가정과 식당에서 시작되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바라봤다. 우리 입에 들어가야 할 음식물을 지구가 꾸역꾸역 흡수하도록 버린 결과, 이것이 기후위기의 큰 원인이 되고 있음에 주목했다. cpbc는 이번 기획을 통해 기후위기라는 거대하게만 느껴지는 담론을 일상 속 ‘냉장고’라는 작은 공간에서부터 시작하는 모두의 실천 방안으로 끌어와 해법을 모색했다. 공동의 집 지구를 지키는 일은 밥상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생산 : 감자밭의 성적표

경북 상주의 한 감자밭. 따가운 6월의 땡볕 아래 김봉준씨를 비롯한 농부 10여 명이 모여 앉아 감자를 캐고 있다. 농부들이 밭고랑을 가를 때마다 향긋한 흙냄새를 머금은 감자들이 주렁주렁 올라온다. 농부들이 지나간 자리 뒤에는 막 땅속에서 올라온 감자들이 흩뿌려져 있다. 농부들이 수개월 동안 온 힘을 다해 키운 노력의 결실을 만나는 순간이다. 다른 농부들과 마찬가지로 김씨의 얼굴에도 굵은 땀방울과 함께 옅은 미소가 피어오른다.

수확의 기쁨을 누리기도 잠시. 김씨는 땅에 흩어져 있던 감자들을 뚫어져라 주시하며 바구니에 나눠 담기 시작했다.

“알이 너무 작아” “이건 구멍 났네, 벌레 먹었어.”

감자는 크기에 따라 선별됐다. 달걀과 크기가 비슷하면 첫 번째 바구니, 그보다 조금 크면 두 번째 바구니, 훨씬 크면 세 번째 바구니다. 여기까지는 모두 A~B 등급을 받은 ‘합격 감자’들이다. 반면 달걀보다 작거나 흠이 있는 감자들은 C~D등급으로 분류돼 네 번째 바구니에 들어간다. 한날한시에 나온 감자들이지만 담기는 바구니에 따라 운명은 달라진다.

농부들이 각자 들고 있던 ‘네 번째 바구니’의 감자들을 한데 모으니 그 양만 무려 한 포대. 무게로 따지면 900㎏에 육박한다. 이들 대부분은 소비자를 만나지 못하고 버려질 운명에 처한다. 운이 좋으면 퇴비로 재활용되지만,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다. 이미 다른 밭에서 수확한 감자들을 포함해 여러 포대의 C~D등급 감자가 창고에 쌓여 ‘처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쌓여있는 ‘네 번째 감자’들을 한 알 한 알 집어 물끄러미 들여다봤다.

“작거나 흠이 있다고 해서 먹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작은 건 예전에는 조림용으로 썼고, 벌어진 감자는 불이 난다고 구워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다 같은 감자인데?. 하지만 어쩌겠어요. 안 팔리니까 그냥 버려야지.”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3분의 1은 그냥 버려지고 있다. 여러 과정을 거쳐 매대에 오른 식재료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소비기한이 남았음에도 '신선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사진은 한 마트에서 진열해둔 해산물이 소비기한이 임박하자 할인 판매 스티커를 부착해둔 모습.


유통 : ‘폐기’로의 카운트다운

경기도 부천시의 한 대형 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조정숙(가명)씨. 그가 일하는 조리 식품 코너는 부드러운 통닭과 담백한 초밥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 손님들로 붐비는 곳이다. 고객을 응대하느라 항상 바쁜 조씨지만 마트 마감 시간이 되면 더 바빠진다. 이때부턴 시간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그는 마트가 문을 닫기 3시간 전부터 매시간 식품에 ‘할인’ 스티커를 붙인다.

“시간대별로 할인이 달라져요. 7시, 8시, 9시, 이렇게 한 시간마다 붙이죠. 그래도 안 팔리면 어쩔 수 없어요. 아깝지만 ‘방침상’ 버려야죠.”

경기도 광명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천석(가명)씨도 조씨와 같은 입장이다. 바쁜 현대인의 배를 채워주는 삼각김밥부터 쫄깃한 식감으로 인기가 많은 핫바까지. 그는 매일 짧은 소비기한을 다한 즉석 조리 식품을 폐기한다. 특이한 점은 소비기한이 하루에서 이틀 정도 남은 음식들도 폐기 대상이라는 점. ‘덜 신선할 것 같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라면·카레처럼 비교적 소비기한이 긴 식품들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일부 제품의 경우 길면 2~3개월, 짧으면 일주일의 소비기한이 남더라도 폐기 품목으로 분류된다.

서울 종로구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김경숙씨는 “우유나 라면·카레 같은 식품은 제조사에서 품질관리를 위해 소비기한이 남았더라도 제품들을 거둬간다”며 “들어온 순서대로 나가도록 진열해 놓아도 손님들이 막 들어온 신선한 음식들을 주로 찾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아직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아까운 식품들이 신선함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 문화 속에 쉽게 음식물 쓰레기로 전락하는 형국이다. 이쯤 되면 우리의 동네 마트와 편의점들은 맛 좋은 먹거리를 파는 곳이면서 동시에 매일 음식물 쓰레기를 양산해내는 곳인 셈이다.


 


소비 : 망각의 늪, 냉장고

“다 못 먹으면 그때그때 얼리거든요. 깜빡 잊고 있다가 소비기한 넘기기 일쑤죠.”

집안 냉장고를 정리하던 이영순(예수의 성녀 데레사)씨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방금 냉동실에서 고추 두 봉지를 찾았는데, 고추가 담긴 봉지가 하나 더 발견된 것이다.

고추뿐만이 아니었다. 이씨 냉장고에서는 각종 소스와 나물·볶음 등의 밑반찬, 먹다 남은 떡, 조금 썰고 남은 무, 심지어 비닐을 뜯지 않은 채 소비기한을 넘긴 한우까지. 망각 속에 방치돼 있던 얼음 덩어리 같은 음식들이 발견됐다.

이씨의 냉장고는 한 대가 아니다.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양문형 냉장고부터 김치냉장고, 자그마한 보조 냉장고까지 총 3대가 집 안에 들어서 있다. 냉장고가 많으니 공간이 여유로울 듯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 냉장고마다 언제 먹을지 몰라 얼려둔 음식들이 가득하다. 이씨나 가족들이 장에라도 다녀오는 날이면 냉장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때아닌 씨름을 벌이기도 한다.

“메모를 해도 더 사게 돼요. 생각지 못한 것들이 많잖아요? 장을 보다가 아삭이 고추 같은 게 눈에 들어오면 ‘먹어볼까?’ 이런 식이죠. 그러다 보면 냉장고 안에 들어가 있는 게 다시 많아지곤 해요. 여기에 마트에서 세일 한다고 문자라도 오면 일주일에 두세 번은 찾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하나 사러 갔다가 다른 것도 더 사게 되죠.”



 


음식 낭비의 결과는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음식물이 지구를 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전 세계에서는 지금도 셀 수 없는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땅과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2023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한 해 동안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10억 톤에 달한다.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를 차지한다. 식량 생산·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까지 더하면 배출량은 이보다 3배 이상 늘어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중국의 국가 배출량(약 31)과 맞먹는 수준이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각종 농수산품을 생산·유통하는 과정에서 토양·수질 오염이 일어나기도 한다. 화학 비료에 의한 토양오염, 가축의 분뇨로 수질오염 등이 발생할 수 있고, 화석 연료에 에너지 생산 대부분을 의존하는 구조상 식량을 생산·유통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면서 또다시 환경 오염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결국 음식 낭비는 기후위기 심화를 넘어 식량 생산 능력 자체를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식품 소비 문제는 기후위기, 수생 생태계 보전, 토양 황폐화·사막화 문제와 모두 연결된 중차대한 문제”라며 “이런 문제에 대응하려면 우리가 식품 소비를 더 효율적으로 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식량 위기로 이어지는 음식 낭비

앞서 감자밭과 마트·가정집 사례에서 봤듯이 음식물 쓰레기는 생산과 유통·소비까지 모든 단계에서 발생한다. 특히 60는 가정·음식점 등에서 음식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배출된다. UNEP 보고서를 보면 한국인 1명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약 95㎏에 이른다. 세계 1인당 평균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인 79㎏을 훌쩍 넘는다.

2023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 총량은 500만 톤에 달한다. 한국의 연간 쌀 생산량인 370만~400만 톤을 웃도는 음식물이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3분의 1은 ‘먹을 수 있음에도 버려지는 음식 재료’, 즉 가식부(可食部)일 것으로 추정한다. 알이 작거나 흠이 있어 버려지는 감자, 소비기한이 남았음에도 폐기되는 조리 식품들, 냉장고 안에서 존재가 잊혔다가 결국 버려지는 식재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30 정도가 소비되지 않고 버려지고 있다”며 “개발도상국에서는 생산·유통 단계에서 버려지는 것이 많고, 선진국에서는 식탁에서 버려지는 게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음식이 낭비되고 있는 현 상황은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는 와중에 이렇게 음식을 버리는 건 도덕적 관점에서도 옳은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식량·환경 문제 전문가 김이중 홍익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 식량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식량은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보다 오히려 적다”며 “우리 스스로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큼의 양을 그냥 버리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전 세계적 음식 낭비 문제는 가톨릭교회가 우려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세계 식량의 날’을 맞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보낸 메시지에서 전 세계적으로 기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부유한 지역에서의 식량 낭비”를 꼽았다. 버려지고 낭비되는 음식물만 줄여도 지구촌 빈곤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이 인천환경공단 청라사업소의 음식물류 폐기물 사료화 시설 저장고에 수거해온 음식물 쓰레기를 하차하고 있다.


깜깜이 ‘음식물 쓰레기’… 통계마저 불투명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가식부가 음식물 쓰레기로 전락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매년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 총량을 측정한 통계를 공개하고 있지만, 이는 이미 배출된 음식물 쓰레기의 총량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본지는 환경부에 대형 마트와 편의점·슈퍼마켓 등 도소매 과정에서 폐기되는 가식부의 양과 관련된 통계를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정보는 생산·접수되지 않는 내용”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얼마나 많은 음식이 쓰레기로 전락하고 있는지 공식적으로, 시스템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체계가 아예 없다는 뜻이다.

음식물이 ‘깜깜이’로 버려지고 있는 탓에 벌어진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전 국민을 경악케 했던 충남 논산 광석면의 ‘식품 폐기물 산’ 사건이다. 당시 광석면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악취로 동네 주민 모두가 고통에 시달렸다. 한 폐기물 처리업체가 식료품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 대기업에서 나온 2000톤에 가까운 음식물 쓰레기를 불법적으로 폐공장에 버려두면서 끔찍한 악취가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쓰레기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침출수가 농업·생활 용수를 공급하는 수로에 유입돼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를 일으킨 업체는 무허가로 폐기물 처리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 당국은 물론 계약 당사자인 대기업조차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시정조치에 나섰지만, 주민들은 1년 넘게 고통을 받아야 했다. 우리 사회가 폐기 과정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광석면에 버려졌던 쓰레기의 대다수는 폐기물 처리를 요청한 업체가 판매하는 장류와 즉석식품들이었다. 소비기한이 남았음에도 ‘새 제품으로 교환’됐던 바로 그 식품들이다.

전문가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장기적 해결책으로 정확한 통계 마련을 제안했다. 주문솔 한국환경연구원 자원순환연구실 연구위원은 “비(非) 가식 부분, 즉 먹을 수 없는 부분을 버리는 것을 우리가 줄일 방법은 없지만, 버려지는 가식부를 줄이는 것은 우리가 노력한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며 “가식부가 폐기물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디서, 얼마나 많은 양의 먹을 수 있는 음식 재료들이 버려지는지 알아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수열 소장은 “현황을 모르니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문제를 제대로 모르니 어디서 무엇을 개선할 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것”이라며 “실태 파악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상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음식물 쓰레기, 사료화가 해답이라고?

우리 사회는 매일 쏟아지는 음식물 쓰레기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2024년 7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의 약 50는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업체로 보내져 사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또 퇴비(20)로 활용되거나 바이오 가스(14)를 만드는 데 쓰이고, 나머지는 소각(8)되거나 매립(3)된다.

우리나라가 대다수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화하는 이유는 사료로 만들 때 메탄이 배출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필요없는 부산물을 가축 사료로 활용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잘 알고 있는 정부는 최근 도매시장과 마트에서 버려지는 부산물을 사료화해 농가에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과는 달리, 재활용 사료를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은 차갑다. 사료의 안전성을 신뢰하기 어려워서다. 사료의 원료인 음식물 찌꺼기 안에 가식부와 비가식부가 뒤섞여 있는 탓이다. 한춘규 대한양계협회 제주도지회장은 “사료를 만드는 데 쓰인 부산물에 어떤 게 들어있는지 알 수 없어 제주도 양계장에서는 재활용 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과거에 재활용 사료를 썼더니, 이후 닭의 산란 기간이 늦어지는 등 부작용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효율성·경제성도 떨어진다. 권영준 인천환경공단 청라사업소 음식물시설운영팀 팀장은 “음식물 쓰레기 100톤 가운데 사료화되는 건 9톤 정도”라며 “제조 비용을 포함해 사료화하는 데 드는 원가가 20~25만 원 정도이지만, 현실은 1톤당 9만 9000원에 파는 등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이중 교수는 “사료·퇴비로 만드는 재활용은 한계가 명확하고 수요도 많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며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배출 자체를 줄여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못난이 농산물’은 맛과 영양이 같아도 ‘크기’와 ‘외모’의 문제로 식탁에 올라가지 못하는 농산물들이다.
못난이 농산물’은 맛과 영양이 같아도 ‘크기’와 ‘외모’의 문제로 식탁에 올라가지 못하는 농산물들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로는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은 연간 5조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본지에서 직접 구입한 못난이 농산물들이 화려하고 맛있는 요리들로 재탄생한 모습.


지구를 위해 비워야 할 ‘욕망의 냉장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선결 과제는 결국 가정·식당 등 소비 단계에서 ‘가식부''가 버려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는 첫걸음은 ‘냉장고 정리’다. 냉장고를 정리하면 그 안에 음식을 넣어두고 ‘잊어버리는’ 일을 줄여 무분별한 식품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

냉장고 정리의 효과는 2023년 일본 도쿄 아라카와구의 한 아파트에서 진행된 특별한 실험에서 엿볼 수 있다. 와타나베 코헤이 일본 테이쿄대 사회학과 교수는 190여 세대가 사는 대단지 아파트 주민들의 협조를 받아 냉장고를 정리하는 실험을 벌였다. 일명 ‘아라카와 모타나이(쓰레기에 대한 후회) 작전’. 그는 실험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유통기한이 다가오는 식품을 특정 선반에 두거나 통에 담은 후 테이프나 스티커를 붙여 이를 구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평소에 식품을 투명한 용기에 담아 눈에 잘 띄는 곳에 두도록 했다.

와타나베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냉장고 정리에 참여한 실험군 아파트의 경우 실험 전보다 음식물 쓰레기가 평균 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면 정리를 하지 않은 대조군 아파트는 오히려 5 증가했는데, 이를 토대로 봤을 때 냉장고를 정리하기만 해도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동시에, 음식물 쓰레기가 늘어나는 것도 억제해 약 20의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장을 보기 전에 냉장고를 확인해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소비 습관을 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일본의 환경운동가로 일본 편의점의 ‘가식부’ 폐기물 발생을 방지하는 ‘음식물 쓰레기 추적 활동’을 펼친 이데 루미씨는 본지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때 음식물 쓰레기 배출이 가장 많이 줄었다는 통계가 있는데, 이는 장을 보는 것 자체가 제한되면서 가지고 있는 음식 재료가 무엇이 있는지 더욱 꼼꼼하게 살핀 결과로 볼 수 있다”며 “평소에도 장보기 목록을 만들거나 각 식품의 유통·소비기한을 철저히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유에서 찾은 희망

나에게 필요없는 먹을거리를 필요한 이들과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 월간 잡지 「빅이슈」 일본 법인이 운영하는 일본 도쿄의 ‘밤의 빵집’은 ‘먹거리 공유 모델’의 대표적 사례다. ‘밤의 빵집’은 전국 각지의 빵집과 협력해 그날 팔지 않으면 폐기해야 하는 빵들을 모아 유동 인구가 많은 도쿄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밤의 빵집 직원 미츠에다 모에미씨는 “밤의 빵집 운영을 통해 각지의 빵집들은 곧 있으면 폐기해야 하거나 신선도가 떨어져 보여 외면받을 것이 분명한 빵을 다시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어 좋고, 소비자들은 전국 각지의 맛있는 빵을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낭비를 줄이고 모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탁월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일본 도쿄 현지 주민이 밤의 빵집에서 판매 직원과 함께 빵을 고르고 있다.

전국에 설치된 공유 냉장고.



국내외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공유 냉장고’ 설치 역시 주목받고 있다. 가정 혹은 식당에서 남은 음식과 식재료를 냉장고 관리자가 접수해 보관토록 하고, 이를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내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공유 냉장고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수원시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수원시는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만들어 시민 사회·지방 정부가 함께 공유 냉장고를 설치·관리하는 방식으로 2018년 첫 공유 냉장고를 설치했다. 이후 7년이 지난 2025년 8월 현재 수원 각지에서는 40개의 공유 냉장고가 설치돼 시민들의 ‘식품 연대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박종아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공유 냉장고 설치 전에는 주변 가정과 식당에서 하루 평균 30ℓ의 음식물 쓰레기가 나왔지만, 설치 후에는 하루 평균 10ℓ 수준으로 줄었다”며 냉장고의 ‘사각 지대’를 없애고 기후위기 극복에 기여할 공유 냉장고 운영에 모두가 함께할 것을 요청했다.

“전 세계 인구 80억 명 가운데 10억 명이 굶고 있다고 하잖아요?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음식을 남기고 있지만, 분명히 우리 시선 밖 사각 지대가 있습니다. 공유 냉장고는 이 사각 지대를 줄일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기후 변화에도 대응하고 나눔도 함께할 수 있는 공유 냉장고에 앞으로도 많은 이가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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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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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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