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인 2024년 10월 10일 스웨덴 한림원은 대한민국 작가 한강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는 한국인으로서 그리고 아시아 여성으로서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총 120명이며 그중 여성 수상자는 18명에 불과하다.
여성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스웨덴의 아동문학가 셀마 라게를뢰프(1909년 수상)다. 그녀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닐스 홀게르손의 신기한 스웨덴 여행」은 「닐스의 신기한 여행」 또는 「닐스의 모험」이란 제목으로 전 세계에 소개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부터 1년간 TV 만화로 방영되어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작품 속 주인공인 닐스는 늘 부모님 속을 썩이던 말썽꾸러기였는데 어느 날 난쟁이 요정의 마법에 걸려 다람쥐만 한 난쟁이가 된다. 닐스는 집에서 키우던 거위 모르텐과 함께 야생 기러기 떼를 따라 스웨덴을 일주하는 모험을 시작하고, 결국 가족과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착한 소년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이 책을 보던 어릴 적에는 야생 기러기를 가축화시킨 것이 거위라는 것을 알지 못했기에 거위가 기러기처럼 하늘을 난다는 것이 참 신기했었다. 오리와 비슷하지만, 몸집이 더 크고 긴 목을 가진 기러기는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철새의 총칭으로 시베리아에서 서식하다가 가을이면 떼 지어 우리나라에 날아와서 겨울을 지내고 돌아가는 대표적인 철새다. 시베리아에서 한국까지 약 4000㎞를 이동하는 기러기의 V자 대형 비행은 꽤 인상적이다.
2014년 영국 런던대 제임스 어셔우드 교수의 연구팀은 「네이처」지에 철새들이 V자 대형으로 나는 이유는 맨 앞에서 나는 새가 공기 역학적으로 만들어내는 상승기류를 뒤따르는 새들이 이용하여 비행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맨 앞의 리더는 가장 경험이 많고 나이 든 기러기로 리더가 소리를 내면 무리의 다른 기러기들도 소리를 내어 응답하며 서로 격려한다. 그러나 맨 앞의 리더는 바람의 저항을 가장 크게 받으므로 체력 소모가 심하다. 그런 경우 선두에 있는 기러기는 뒤따르는 기러기에게 리더 자리를 내어준다. 그렇게 기러기들끼리 선두 자리를 교대하여 체력을 아끼도록 서로 도우며, 비행 중 낙오된 동료가 생기면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 다른 한두 마리가 그 곁을 지킨다.
2007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인용한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기러기들은 알고 있었던 것일까? 기러기들의 지혜는 인간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리더십이란 관리가 아닌 격려를 지향해야 하고, 진정한 리더는 반대자를 설득하고 추종자에게는 동기를 자극해야 한다’고 하였다.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직장 공동체의 리더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기러기 떼의 리더처럼 용기와 지혜를 갖추면서도 자기 것을 양보할 줄 아는 겸손함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한 불굴의 리더 모세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참 리더의 조건을 잘 보여주고 있다. “모세라는 사람은 매우 겸손하였다. 땅 위에 사는 어떤 사람보다도 겸손하였다.”(민수 12,3)
전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