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팔리지 못해 버려지는 우리 농산물은 해마다 5조 원에 달합니다.
정부는 버려지는 농산물을 사료화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어서 이정민 기자입니다.
[기자] 경북 상주시 한 감자 농가입니다.
수확 시기가 되면 감자를 수확해 크기와 상태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합니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가 가능한 건 오직 A·B등급.
C·D등급은 일부만 퇴비로 재활용될 뿐 나머지는 버려집니다.
<김봉준 / 감자농가 농민>
"솔직히 벌어지면 맛은 있는데 일반 시중에 내놓으면 이건 먹지를 못합니다. 사가질 않아요. 이거 못난이라 가지고."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과정에서 생긴 벌레 먹은 자국도 소비자에게 외면 받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버려지는 감자는 전체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합니다.
<김회수 / 감자농가 농민>
"이렇게 농약을 못 쳐서 전부 벌레가 다 먹었잖아요. 이렇게 큰데도 팔수가 없단 말이라. 먹는 데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먹는 데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 규모는 연간 5조 원, 폐기 비용만 6000억 원에 이릅니다.
<남재작 /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
"생산된 농산물의 3분의 1 정도가 소비되지 않고 주로 버려지거든요. 굉장히 엄청난 양입니다. 인구가 95억 명까지 늘어나니까 우리가 지금보다 30 정도의 농산물을 더 생산해야 한다고 하는데 또 마찬가지로 또 더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겠죠."
유통 현장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박상병 /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환경관리팀장>
"지금 가락시장에서 농산 부산물이 작년도 기준으로 한 8700백 여 톤 정도 나옵니다. 만약에 이제 이 상품 가치가 없잖아요. 버려야 될 거잖아요."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음식물 쓰레기의 절반을 사료화하고 있습니다.
메탄가스 배출이 많은 퇴비화보다 환경적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가축 질병 우려와 이물질 혼입 탓에 농가들이 선호하지 않아 실효성은 떨어집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발효 음식과 국물을 즐겨 먹는 식습관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의 염분과 수분 함량이 높습니다.
이로 인해 음식물을 사료로 가공해도 가축에게 먹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기후위기 시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CPBC 이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