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총장 최준규 미카엘 신부)가 올해 170주년을 맞았다. 1855년 충청북도 제천 배론에 메스트르 신부가 ‘성요셉신학교’를 설립해 사제양성 교육을 시작한 것이 가톨릭대의 전신이다. 1887년 예수성심신학교로 교명을 바꾸고, 1947년에는 성신대학으로 승격, 1959년에는 교명을 가톨릭대학으로 변경했다. 이후 성심여자대학교를 통합하면서 1995년 종합사립대학인 ‘가톨릭대학교’로 출범했다. ‘인간 존중의 교육’이라는 변함없는 모토로 두 세기 가까이 달려왔다.
170주년을 맞아 9월 25일에는 학생들과 교원이 함께 참여하는 토크콘서트 ‘170주년을 넘어 미래로’를 개최해 구성원들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도록 이끌었고, 오는 10월 29일에는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가톨릭대는 국내외 각종 대학 지표에서 매우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이 ‘2025 대학평가연구원(INUE)·한국경제신문 대학법인평가’에서 종합 3위에 올랐다. 법인과 대학의 재정건전성, 지속가능성 등을 평가한 지표였다.
하지만 올해 1월 1일 총장으로 취임한 최준규 신부는 이러한 성과 지표보다도 ‘하느님 안에서의 인간 존엄성’을 한국 고등교육에 뿌리내리도록 지금껏 일관되게 실천해 온 대학의 여정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 고등교육을 새롭게 선도하고자 하는 가톨릭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최준규 신부에게서 직접 들어봤다.
Q. 가톨릭대학교가 한국교회와 한국 교육의 역사에서 갖는 의미는?
가톨릭대학교의 170년은 한 학교의 역사를 넘어서, 한국 가톨릭과 한국 교육이 함께 걸어온 발자취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학은 신앙과 학문을 함께 세운 한국 최초의 근대식 고등교육기관으로, 순교 정신과 인간 존중이라는 건학이념을 지켜오며 교회의 정체성과 교육의 가치를 동시에 일깨워 왔습니다.
근대 고등교육의 초창기부터 의료·인문·사회·교육 분야 인재를 길러내며 한국 사회의 기초를 다지는 데 기여해 왔고, 특히 의학과 간호, 생명과학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자산은 ‘사람’입니다. 사목자, 교육자, 연구자, 의료인, 사회 지도자로 헌신해 온 동문들의 삶이야말로 우리 대학이 한국 사회에 심어온 씨앗이자 소중한 결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170년간 학교의 여정을 평가한다면?
가장 큰 강점은 ‘인간화 교육’을 일관되게 실천해 왔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인간 존중’이라는 건학이념 안에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 안에서 존엄한 존재임을 일깨우는 교육을 이어왔습니다. 교양 인문학을 강화하고, 봉사·나눔 활동을 의무화하며, 지역사회와 연계된 사회참여 교육을 꾸준히 실천해 온 것도 그 일환입니다.
대학의 미래를 준비하며 앞으로의 과제도 분명합니다. 윤리적 책임, 지속적인 혁신, 그리고 모든 학문과 연구가 인간과 생명을 위한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세 가지입니다.
Q. 취임 후 중점을 두고 추진해 온 것이 있다면?
취임 초기 인터뷰에서 강조했던 것은 ‘진정한 가톨릭 교육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통해 가톨릭 가치를 실천하며, 모든 구성원과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그 일환으로 우리 대학은 종교적 울타리를 넘어 ‘생명과 인간 존중’, ‘사회적 정의 실현’, ‘환경 보호’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있습니다. 부천시 바르게살기협의회, 부천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대표적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지속가능사회혁신연구소’도 설립했습니다.
제가 강조하는 발전 전략은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기조 아래, 소통을 통해 구성원을 연결하고 그 아이디어를 제도화하는 것입니다. 총학생회, 축제기획단, 동아리연합회 등 다양한 학생 조직과 정례적으로 만나 의견을 듣고 캠퍼스 스마트 리디자인, 주요 학생 공간 리모델링, 수업용 책걸상 교체, 학위복 리뉴얼과 같은 실질적인 사업으로 연결했습니다.
이처럼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이를 견고한 ‘연결’로 확장하며, 나아가 지속 가능한 ‘제도’적 성과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통해 대학 조직의 체질을 강화하고 미래를 준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역점을 두고자 하는 혁신 분야는?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혁신 분야는 ‘잘 가르치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의 도약입니다. 연구의 탁월성과 교육의 경쟁력이 결합될 때 대학이 진정으로 사회와 인류에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 출발한 전략입니다.
연구 분야에서는 바이오 계열과 AI·데이터사이언스 등 첨단 분야를 융합한 ‘AI+의료융합’을 특화 영역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바이오메디컬 및 AI 첨단학과 클러스터를 확대하고, 2025학년도에는 바이오로직스공학부와 AI의공학과를 신설했습니다.
나아가 부천상공회의소와의 협약, 지역 맞춤형 인재 양성, 청년 정주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연구 성과를 지역사회와 산업으로 확산시키며, 산학·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실용적 연구 중심 대학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가톨릭대학교의 혁신은 연구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그 성과를 학생 교육과 사회 발전으로 환원하는 것입니다. 이는 ‘생명 중심’ 철학을 바탕으로 학문적 탁월성과 교육적 책임을 함께 실천하려는 우리의 노력입니다.
Q. 학교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170년의 역사는 우리 대학이 신앙과 학문, 봉사와 헌신을 통해 하나의 교육 공동체로 성장해 온 발자취입니다.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 ‘공동체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학은 교수, 학생, 직원, 동문이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신뢰와 연대가 있을 때 교육과 연구의 탁월성이 가능하고, 우리 대학의 정체성인 ‘생명과 진리’의 가치도 사회 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총장으로서 정기적인 타운홀 미팅과 다양한 간담회를 통해 소통과 경청을 실천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학 발전은 구성원 모두의 참여에서 비롯된다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170주년을 맞아 구성원 모두가 이러한 소통과 협력의 문화를 토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그것이 곧 가톨릭대학교의 가치와 비전을 미래로 이어가는 길이라 믿습니다.
더불어 올해는 우리 대학이 170년의 역사와 전통을 기념하는 매우 뜻깊은 해입니다. 1885년부터 지금까지 신앙과 학문, 봉사와 헌신의 정신으로 이 길을 걸어오신 교수님과 직원, 그리고 대학의 주인공인 학생들과 동문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가올 시대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불러올 것입니다. 이럴 때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과 가능성을 키우는 교육을 이어갈 때, 우리 대학은 사회와 교회에 더 큰 울림을 주는 공동체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