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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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재결합에서 이민자 통합으로 변한 통일 의식… 교회 역할 모색

제10회 한반도평화나눔포럼 ''''평화의 장인과 가톨릭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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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2025 한반도평화나눔포럼에 참가한 발표자, 토론자, 내외빈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14일 서울 명동대성당 문화관에서 열린 제10회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의 대주제는 ‘평화의 장인과 가톨릭 공동체(Masters of Peace and the Catholic Community)’였다. ‘평화의 장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회칙 「모든 형제들」 225항에서 사용한 표현으로, 교황은 “독창적이고 담대하게 치유와 새로운 만남의 여정을 시작하고자 하는 평화의 장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럼에 초청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이미 각 분야에서 평화의 장인으로 자리매김한 전문가부터 신진 청년 평화 연구자까지 스무 명이 넘었다. 그만큼 평화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성찰이 펼쳐졌고, 현실 문제에 대한 고민과 실천적 대안이 논의됐다.

포럼은 기조연설과 1·2·3세션으로 구성됐다. 기조연설은 30년간 홍콩·중국·북한에서 구호 활동에 몸담아 온 카타리나 젤웨거(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원이 맡았다. 1세션은 미국과 필리핀에서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평화운동을 펼쳐온 엘라이 맥카시(미국 조지타운대) 교수와 마일라 레구로(필리핀 가톨릭구호서비스) 기술고문이 발표자로 나섰다.

2세션은 서울 민화위 산하 평화나눔연구소 청년 연구자 모임인 토마스회 회원들이 주축이 돼 교회와 청년들에게 주어진 평화에 대한 역할과 과제를 조명했다.

3세션은 평화나눔연구소 연구위원들이 서울대교구 사제 2명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사제의 삶 속에 담긴 평화의 의미를 탐구했다. 이와 함께 한국민의 통일의식 변화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각 세션 후엔 전문가 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평화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면서 “평화는 결과가 아니라 여정이며, 교육과 훈련, 연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제10회 2025 한반도평화나눔포럼 제1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토론자 서보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발표자 앨라이 맥카시 교수, 사회자 김성철 전 서울대 교수, 발표자 마일라 레구로 고문, 토론자 이대훈 피스모모 평화교육연구소장.




가톨릭교회의 역할과 과제

엘라이 맥카시 교수는 ‘정의로운 평화’와 ‘적극적 비폭력’을 강조했다. 정의로운 평화는 모든 사람과 지구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정의로운 관계와 사회 시스템에 뿌리를 둔다. 공동선을 위해 협력하며 폭력의 예방, 악순환 차단, 비폭력 전략을 통한 갈등 전환에 중심을 두고 있다. 적극적 비폭력은 예수의 방식처럼 비인간화를 피하고 구조적·문화적 폭력 등 다른 폭력에 가담하지 않으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뜻한다.

맥카시 교수는 “정치학 연구에 따르면 비폭력 저항은 폭력적 저항보다 서너 배 더 효과적이고, 성공한 비폭력 저항 운동은 성공한 폭력 운동에 비해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열 배 더 높다”면서 “실패한 비폭력 운동조차도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네 배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와 사회 각계에 있는 가톨릭 신자들은 ‘정당한 전쟁’ 논리를 내려놓고 적극적 비폭력과 정의로운 평화에 집중하라는 초대를 받는다”면서 “한국 교회가 할 수 있는 핵심적 기여는 예수님의 비폭력 사랑의 길을 명확하고 일관되게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일라 레구로 고문은 “신앙에 기반을 둔 평화 구축은 종교적 가치, 영적 실천, 그리고 신앙 공동체가 갈등 해결과 화해 촉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신념에 뿌리를 둔다”면서 “가톨릭 사회교리와 지역 공동체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평화 구축과 지역 개발을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종교적 접근을 바탕으로 빈곤·불평등 등 시스템을 함께 해결하는 종합적 접근은 지속 가능한 평화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 청년들의 역할과 가능성

토마스회 회원들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 청년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보나(강원대 평화학과 박사과정)·이시권(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박사수료)·장태선(미국 예일대 건축학 석사)씨는 세계 평화운동 역사에서 청년의 역할을 조명했다. 김빛나(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석사수료)·이시권·김희영(북한대학원대 석사과정)·황진서(건국대 행정학 학사)씨는 서울대교구 20~30대 청년 13명을 인터뷰해 평화에 대한 인식을 심층 분석했다.

김빛나(데레사 베네딕타)씨는 “인터뷰한 청년들은 평화를 갈등과 폭력이 없는 상태로 이해했고, 한국 사회와 한반도가 갈등과 불신으로 가득 차 있음을 우려하며 사회 구성원 간 대화와 소통·경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한국 사회에서 가톨릭교회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교회 공동체가 평화를 실천하는 주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보았다면서 “청년들이 교회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유는 교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청년들에게 평화의 주체로 다가서기 위해서는 가톨릭 청년들이 공감하는 소통, 경청의 가치와 신앙의 고유한 가르침을 연결하는 구체적 실천과 가시적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평화운동의 역사에서 청년의 역할을 조명한 연구를 발표한 이보나씨는 “청년을 바라보는 교회 시각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한다”면서 “교회는 청년의 역동성을 단순히 인정하는 수준을 넘어 그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돕는 동반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평화에 대한 새로운 문제 제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매년 실시하는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통일 인식은 점차 부정적으로 변하는 추세다. 2024년 당시 ‘남북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6.9로 역대 최저치를,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3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화나눔연구소 연구위원 조용신 박사는 통일 인식을 이민 문제라는 분석 틀로 재해석하면서 “북한 주민이 동일민족이라는 의식이 점차 약화되고, 타자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진단했다. 또 “통일 의식이 민족의 재결합 개념보다는 일반적 의미의 이민처럼 다른 두 사회의 결합 문제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태균(카이스트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조교수는 “통일 문제를 민족주의나 신앙의 명분이 아니라 경제·치안·문화 수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세속화된 시각은 한국 가톨릭 공동체가 통일을 어떻게 인식하고 다가가야 하는지 새로운 질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평화나눔연구소 손서정·남경우 연구위원과 서울 민화위 부위원장 정수용 신부가 참여한 ‘두 사제 이야기-가톨릭 사제의 삶 속 평화 이야기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는 서울대교구 50대 사제 2명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평화 인식을 심층 분석한 연구다. 손서정 위원은 “사제 개인이 언급하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지 않기에 보편 교회 차원의 강력한 메시지와 한반도라는 지역 교회 차원의 행동이 요구된다”면서 “가톨릭교회의 공적 역할을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 교육과 연구, 비신자까지 아우르는 사회적 대화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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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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