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교부받은 보조금 활용·가로채
업체 명의 이용·보조금 받아 한옥 건립
남편 김만복, 추종자들 지원금 편취도
세력 확장에 활용된 공공 예산·수도자
추종자 민원으로 동산 인근 도로 공사
파문된 신부들 활동·불법 집회 도와
1985년 전남 나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던 윤정혜(개명 후 이름)는 자신의 집 안에 놓인 성모상에서 피눈물이 흘렀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으로 추종자를 끌어모았고, 기적을 맹신한 이들은 전국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교회는 “기적이 아니다”라고 발표하면서 이들의 주장이 가톨릭 신앙과 양립할 수 없으며, 허위·조작된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추종 세력 역시 파문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40여 년이 흐른 현재 거짓 기적과 이른바 ‘기적수’로 현금을 모은 나주 윤 율리아의 (재)마리아의구원방주회 측은 각종 부동산 취득과 편법으로 재산을 불린 것으로 파악됐다. 윤정혜 부부는 이 과정에서 한옥마을 형태의 ‘추종자 마을’을 형성했고, 여기에 지방 보조금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불법적 행태가 적발돼 대법원에 의해 보조금 반환 처분이 확정됐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관련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윤정혜의 남편 김만복이 보조금을 편취했다는 의혹마저 나온다. 또 추종자들이 10여 년 걸친 민원을 제기한 끝에 나주 성모 동산으로 이어지는 도로공사까지 진행됐다. 사유 재산에 공공 예산까지 투입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cpbc 특별취재팀은 종교의 탈을 쓴 이들의 부의 흐름을 추적했다.
신광리 행복마을 조합원 회의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보조금 문제가 지속적으로 안건에 올랐다. 하지만 관계자는 “실제로 시행된 내용은 거의 없었다”며 “보조금은 법적으로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건축 외 다른 용도로 사용을 논의한 것 자체가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보조금으로 건립된 추종자 마을
전남 나주 다시면 신광리 일대에 조성된 한옥마을. 이곳은 나주 성모 동산 바로 옆에 있다. 윤 율리아 측은 30채 규모 한옥을 지어 추종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을 조성했다. 지역 사회에서 이곳은 일종의 추종자 마을로 통했다. 신광리의 한 주민은 “10여 년 전부터 외지인들이 들어와 살았고, 그들과 원주민들 간에 접점은 없다”고 전했다.
2011년 전라남도 ‘행복마을 조성사업’ 예산 등 한옥 30채를 짓는 데에 전라남도·나주시 지방보조금 약 9억 8000만 원이 투입됐다. 한옥 한 채당 도 예산 2000만 원, 시 예산 2000만 원이 투입됐으며, 융자금 3000만 원 지원도 이뤄졌다. 행복마을 사업은 전라남도의 한옥을 21세기 주거공간으로 확대 보급하는 것을 통해 체류형 관광자원 인프라를 구성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이 한옥마을 주민은 윤 율리아 추종자들로 구성됐다. 관광자원 인프라를 조성한 것이 아니라 유사종교 추종자 마을로 조성된 것이다. 신광리 행복마을 추진위원장은 윤정혜의 남편 김만복이다.
한옥마을 조성 과정의 불법 정황
당시 행복마을 사업 한옥 시공업체로 지정됐던 현대한옥 대표 이종행씨는 추진위원장이던 김만복이 현대한옥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공사를 사실상 직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취재진에 “공사를 맡기겠다는 말만 했을 뿐 계약서를 작성한 적도 없고, 우리는 실제 시공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2014년 전라남도 융자금 신청 과정에서 실제 공사에 참여하지 않은 현대한옥 명의의 계산서가 첨부됐다. 해당 계산서는 공사대금이 아닌 자재대금 명목으로 작성됐다는 게 이씨 주장이다. 이씨는 이 일로 세무조사를 받았고, 약 3000만 원의 세금을 납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후 관련 자료를 모아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 지방보조금 부정수급 신고센터에 공익신고했다. 이씨의 신고 후 나주시는 보조금 교부 및 교부결정 취소와 반납 명령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에 추진위원장 김만복 등 신광리 행복마을 거주자들은 행정심판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보조금 반환 처분이 정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거주자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정 다툼이 이어졌다. 광주고등법원은 2023년 판결에서 해당 한옥마을 사업이 보조금 교부 조건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정 한옥 시공업체가 이 사건 공사를 시공하지 않았음에도 업체 명의를 이용해 보조금을 교부받은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역시 2023년 12월 상고를 기각하며 2심 판단을 확정했다. 판결 이후 전남도는 도비 보조금 교부 취소 결정을 내렸다. 전남도는 보조금을 받은 30명 중 ‘전문 시공업체 시공 지침’ 적용 대상인 20명에 대해 독촉 고지했다. 보조금 환수 대상이 된 20명은 이에 반발해 현재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광주고등법원은 2023년 8월 10일 선고한 2심 판결문에서 이 같은 내용을 명시했다.
보조금 가로챈 윤정혜 부부
나주시 보조금에 해당하는 3억 8000만 원을 김만복이 편취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광리 행복마을 추진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미리 30명 건축주 도장을 파놓고 김만복이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만복이 ‘시 지원금은 나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내가 좋은 곳에 쓰겠다’고 했다”며 “좋은 곳에 쓴다니까 추종자들은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종행씨의 공익신고로 보조금 환수 결정에 처해지자, 보조금을 편취당했던 이들이 보조금을 환수해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이 관계자는 “건축주가 작년 5월쯤 김만복을 횡령으로 고발했다”며 “수사를 하려고 보니까 공소시효가 넘어버렸고, 민사소송을 제기하려던 중 김만복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미 한옥마을을 떠난 전모씨는 “보조금을 받은 적이 없다. 거기 있는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며 “정산 내역 같은 게 없다”고 토로했다.
도로 확장공사… 나주시 예산으로?
나주 다시면 신광리 행복마을 인근에서 성모 동산으로 이어지는 농어촌도로는 확·포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나주시에 따르면, 해당 공사에는 예산 약 13억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도로는 지역 주민이 거주하는 마을과 다소 거리가 있다. 마을 인근에는 이미 왕복 2차선 도로가 조성돼 있다. 확·포장 공사를 마치면 나주 성모 동산 바로 앞인 신광제 저수지까지 도로가 이어지게 된다.
해당 도로 공사는 민원을 계기로 추진됐다. 나주시 건설과 관계자는 “차량 및 통·보행로의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민원을 넣는 과정에서 윤 율리아 추종자들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나주시 관계자는 “2017년 무렵부터 해당 도로 관련 민원이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다시면 관계자는 “2022년 12월경 다시면 신광리 이장을 통해 도로 공사를 건의하는 공문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이장은 윤정혜 추종자로 파악됐다. 민원은 대구에서도 제기됐다.
농어촌도로 확·포장 공사가 진행되는 나주시 다시면 신광리 237-5번지의 전경이다. 빗금 표시 구간을 따라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취재진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주민설명회 질의응답 자료를 보면 윤 율리아 추종 집회 일정 편의를 봐준 사실이 나타난다. 설명회 자료에는 한 주민이 ‘교량 공사로 인해 정기 기도회 행사에 지장이 없는지’ 물었고, 시는 “박스형 구조물 설치와 콘크리트 양생에 약 2주가 소요되므로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 기도회 일정에 맞춰 공사 일정을 조율하겠다”고 답했다.
김재석 (재)마리아의구원방주회 운영본부장은 도로와 관련해 “(성모 동산과) 100 관계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마을에서 건의했던 사안이 이번에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율리아 성장엔 그릇된 수도자들도 한몫
윤 율리아가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릇된 신앙을 설파한 수도자들의 도움이 한몫했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이들의 초기 성장에 도움을 준 사제였던 장홍빈과 김대식 등이 대표적이다. 김대식은 현재까지도 윤 율리아 본거지에서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 가톨릭교회에서 성사를 집행했던 이들이 핵심 멤버로 활약하면서 이 집단의 방패막이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장홍빈과 김대식은 순명 거부로 교회에서 파문됐다.
윤 율리아 측이 김대식의 개인적 아픔이라는 취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치밀한 포섭을 했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한 수도회 관계자는 “김대식은 수도회보다 성모님께 순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며 수도회 복귀 명령을 어겼다”면서 “어려운 환경도 있었고, 성모님에 대한 신심이 컸던 인물이기에 윤 율리아 측이 기적을 내세워 그의 식별력을 잃게 한 것 같다”고 전했다.